[기자수첩] ISA 불완전판매 ‘적발돼야 대응’한다는 금융당국의 ‘사후약방문’
상태바
[기자수첩] ISA 불완전판매 ‘적발돼야 대응’한다는 금융당국의 ‘사후약방문’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6.04.11 10:1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범국민 재산 증식 프로젝트’라는 대대적인 홍보내용과 달리,

▲경제부 이수빈 기자

지난달 14일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깡통계좌’, ‘불완전판매’라는 꼬리표를 남겼다.

상품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경품을 걸고 사전예약을 받는가 하면, 계좌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가입금액 ‘1만원’인 깡통계좌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ISA 출시 이후 3주간(3월14∼4월1일) 은행과 증권사를 통한 ISA 가입자는 각각 112만2624명, 10만5529명이었다.

하지만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을 살펴보면 은행의 1인당 평균 가입액은 36만 원으로, 증권사 276만 원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은행권에 거액 투자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깡통계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11일 신한·국민·우리·기업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은 일임형ISA상품의 판매를 시작한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일임형 ISA 판매 시작을 계기로 은행들이 다시 한 번 강한 판촉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내달 31일까지 일임형 ISA 출시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추첨을 통해 1등 2명에게 각 500만원, 2등 10명에게 각 100만원 등 총 432명에게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상금으로 나가는 현금은 총 500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 NH농협, 신한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일임형 ISA 출시를 계기로 경품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감독원은 “주의해달라”, “과당경쟁을 자제해달라”라는 말뿐인 경고만 내뱉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적발’이 되면 그 후에야 엄정대응 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모습은,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대책을 찾는 우리나라의 오랜 고질병인 ‘사후약방문’식 행정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최근 아동폭력 사건까지, ‘큰일’을 당하고 나서야 분주해지는 사후관리적 행정은 반복해서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낸다.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며 과감한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당국은 ISA출시에도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 일임형 ISA만 해도 당장 11일 출시를 앞두고 투자자문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여전히 금리나 수수료보다는 ‘경품’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은행권의 과열경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일단 ‘하고 보는 것’이 ‘혁신’이고 ‘변화’가 아니라,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의 신중함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줄 때 진짜 혁신은 시작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백암 김병운 2022-11-03 14:48:57
좋은 내용의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