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공지능은 발달하는데 주총문화는 쌍팔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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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공지능은 발달하는데 주총문화는 쌍팔년도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6.03.2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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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최근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이 이미 인간의 전 영역을 넘어설 정도로 기술 고도화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입증이 됐지만 주총 문화는 여전히 70~80년대에 멈춘 상태다.

주주들에게 주총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1년 간의 결과를 보고 받는 것과 동시에 평소 접하기 어려운 경영진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주총 풍토 때문에 주총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날리게 되는 셈이다. 설사 한 기업을 택해 어렵사리 주총장에 참석해도 주총 이후 소액주주가 느끼는 감정은 허탈함이 대부분일 것이다.

등기이사, 사외이사 선임 등과 재무제표 승인 건 등 줄잡아 5~6개의 안건 승인이 개회 선언 후 불과 30분도 안돼서 표결까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면 기계적으로 주주 한명이 동의하고 또 다른 사람이 제청하면서 통과된다.

실제로 지난 18일은 333개 상장사가 동시에 주총을 개최했다. 특히 이날은 유통업계를 포함한 재계의 굵직한 기업들이 주총을 열었다. 주총이 개회된 9시로부터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메일로 개별 기업들의 주총 보도자료가 쏟아져 들어왔다. 보도자료 내용 중에 주로 등장하는 문구는 시작한지 몇 분만에 별다른 이견 없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해당 문구를 곱씹어보면 불편하다. 기업의 경영사안에 관심 있고 회사의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는 주주들을 흡사 ‘주총꾼’으로 매도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는 25일에는 무려 819개사가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슈퍼 주총데이’가 예정됐다. 이날 역시 오전부터 주총 기사가 쏟아져 나오겠지만 주총장에서 회사와 주주 사이의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는 기사는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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