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동개혁, 재계의 성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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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개혁, 재계의 성찰도 필요하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6.03.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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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동개혁의 바람이 병신년의 한 분기를 마무리해 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경제계와 노동계를 휘젓고 있다.

노동시장의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아 올바른 노동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동개혁을 놓고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사태를 낳은 것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국민이 원한다”, “청년의 일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구호아래 고용안전성의 마지노선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배부른’ 소리로 치부한 채 정부와 경제계는 노동개혁을 추진해왔다.

특히 정부와 경제계는 노동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할 정도로 현재의 노동시장이 양극화되고 비정상적이게 된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 같은 책임전가 인식은 “근로자들이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의 연장근로를 선호하는 것”이라던 모 경제단체장의 발언에서 잘 묻어난다.

그런데 근래들어 재밌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상의의 조사결과다.

대한상의는 컨설팅기업 맥킨지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통해 상습적인 야근과 상명하복식 업무 지시, 비합리적 평가시스템 등으로 기업 조직이 병들고 있다며 후진적인 조직문화를 들춰냈다.

특히 야근문화의 근본 원인으로 대한상의는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 문화를 지목했는데, 이는 야근을 근로자의 ‘돈욕심’ 탓으로 돌리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입장이다.

개혁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뜯어 고쳐야할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하고, 그 원인과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해야 한다.

일방적인 ‘남 탓’만으로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을 뜯어고치기 위해 현재의 비정상적 노동시장의 원인을 근로자의 책임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좀더 객관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조직문화에는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없는지 재계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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