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일상. 일도 손에 안 잡히고.. 확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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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일상. 일도 손에 안 잡히고.. 확 그만둬?”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6.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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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단위로 직장인들 괴롭히는 369증후군 심각
[매일일보=이재필 기자]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슬럼프에 빠져 본적이 있는가. 늘 시간이 없는 바쁜 일정, 매일 같이 찾아오는 바이어 접대, 자기 시간 갖기란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많은 업무. 하루가 멀다 하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 잔소리 많은 직장 상사.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심각하게 퇴사에 대해 고민해 봤을 것이다. 처음 입사 시절 가졌던 열정과 야망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바쁜 일상과 사람들과의 마찰로 어느새 불만과 무기력으로 가득 찬다.

이처럼 직장인들이 누구나 한번쯤 느껴 봤음직한 슬럼프. 이는 모든 걸 다 제쳐두고 떠나고 싶은 퇴사 고민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러한 고민이 3개월 단위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369증후군이라고 한다.

최근 이 같은 369증후군을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스카우트가 직장인 731명(남성 486명, 여성 2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7%가 ‘369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기업유형별로 벤처기업이 87.7%로 가장 많은 수가 ‘369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뒤로는 중소기업(85.3%), 외국계기업(82.6%), 대기업(79.6%), 공기업(75.9%)이 이었다.

이는 발전가능성이 많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복리후생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 더 많은 슬럼프를 받고 있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의 한 중소 무역회사에 8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 모씨. 김 씨는 잦은 출장과 접대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전한다.

그는 “직업 특성상 중국이나 일본으로 나가 있는 기간이 많아요.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도 당연히 적죠”라며 “가족들과 같이 어울려 여행을 가본 게 언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 바이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술도 많이 먹고 밤도 많이 세요. 이렇게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라며 “‘일을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하지만 식구들 때문에 그런 생각은 금새 접죠”라고 과도한 업무와 반복되는 일상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끼고 있음을 설명했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들은 369증후군의 주된 원인으로 ‘반복되는 생활’(35.6%)과 ‘반복되는 업무’(35.1%), ‘반복되는 대인관계’(14.7%) 등의 순으로 꼽고 있다. 또한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4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369증후군이 직장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인천에서 모 전자회사에서 13년간 근무를 하다 슬럼프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결정한 정 모씨. 정 씨는 369증후군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몇 개월 단위로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매일 매일이 똑같잖아요. 같은 삶에 같은 일에... 정말 너무 지겹더라고요. 점점 회사가기가 싫어지더니 이게 이젠 몇 개월 단위로 이어지더라고요”라며 “그러더니 어느 순간 이제 더는 지겨워서 다닐 수 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고 퇴사했죠”라고 직장인이 느끼는 슬럼프가 퇴사로 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럼 이처럼 직장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슬럼프에 따른 369증후군. 이를 직장인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직장인들이 슬럼프를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그냥 참는다’가 30.7%로 가장 많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러한 슬럼프를 어찌하지 못하고 그냥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 뒤를 자기개발에 충실한다(27.8%), 취미활동으로 푼다(22.7%)가 따르고 있었다.

또한 특이하게 회사생활에서 오는 슬럼프를 오히려 업무에 몰입하여(9.3%) 푸는 경우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직장인들이 슬럼프로 인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스카우트 민병도 대표이사는 “어떤 직장에 가서 일을 하던 간에 슬럼프는 누구나 찾아오는 것이므로 때마다 이직이나 전직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방법으로 그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업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와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과 지겨움을 느끼는 많은 직장인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이 한번쯤은 겪는 슬럼프. 이러한 슬럼프가 길어지고 이어져 369증후군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상당수 차지하는 지금, 직장인들의 지혜와 여유가 필요하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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