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종인의 정치학 “정치는 타이밍”
상태바
[기자수첩] 김종인의 정치학 “정치는 타이밍”
  • 이상래 기자
  • 승인 2016.03.08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야권통합’이다.

‘통합정국’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2일 ‘야권통합’을 공식적으로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야권 통합’은 비단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통합의 시기와 방식에 따라 야권의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여당도 선거구도가 일여다야(一與多野)에서 일여일야(一與一野)로 바뀌면 판세가 바뀐다.

기자가 주목한 점은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김 대표가 왜 이 시점에 언급했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대략 두 달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1월 15일 단독 선대위원장을 맡은 직후 “당이 싫다고 박차고 나간 사람들하고 정력을 쏟아 부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적절하게 통합은 통합대로 해나간다고 해도 금방 틀이 짜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고 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여부를 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동시에 더민주 현역 의원들의 탈당 러쉬가 이어지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사실상 정국 주도권이 탈당파에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에 대해 침묵했던 김 대표가 필리버스터 종료일인 지난 2일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더민주가 국민의당으로부터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주도한 이는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였다.

역대 최장 시간 기록을 갱신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의원들은 모두 더민주의 소속이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더민주는 집권여당에 맞서는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선거구가 획정되면서 공천이 본격화되는 시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되면 사실상 서울이나 수도권 등의 격전지는 여당에게 내주게 된다.

실제로 김 대표의 통합 제안으로 국민의당은 당 내에서 호남현역 의원들은 반대를 한 반면, 서울, 수도권 의원들은 찬성을 하며 불협화음이 나오는 모습이다.

선거가 30여일 다가오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하는 모습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집권여당의 독주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한 우려는 야권 지지자들의 ‘야권통합’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