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근혜 대통령의 “전세 종말”과 "뉴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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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근혜 대통령의 “전세 종말”과 "뉴스테이"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2.2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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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어차피 전세 시대는 갔다”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발언 중 한 말이다.

산적한 25개 국정과제를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평소 모두발언의 2배 이상인 46분에 걸쳐 산적한 각 국정과제들에 대한 성과와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날 박 대통령은 “은행 이자율이 뭐 그렇게 올라갈 이유도 없을 것이고, 어차피 전세시대는 이제 가게 되는 것”이라며 전세 시대가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전세라는 것은 하나의 옛날의 추억이 될 것”이라며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나 이런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뉴스테이라는 이름도 멋있지 않느냐”며 “사실 뜨려면 이름이 좋아야 된다”고 농담 섞인 발언도 던졌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당시 자리에 참석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과 각 부처 고위공무원단들도 다 함께 웃는 등 훈훈한 분위기도 연출됐다고 한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높은 은행 금리 시대가 다시 올 일은 없어 보인다. 고속 경제 성장이 멈추고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이 10%를 넘는 고금리 서비스를 제공할 금융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박근혜 대통령의 ‘전세 종말’ 발언은 말 그대로 보면 사실 틀린 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실종하고,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전세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사실 전세 제도 자체가 고금리와 고성장이라는 과거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제도였고, 현재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극히 희귀한 형태의 주거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접어든만큼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월세 주택이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세입자들의 입장에선 전세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다달이 집세를 내야 하는 월세 제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과거나 지금이나 큰 목돈 없이 가정을 꾸려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있어 전세 제도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세난에 고통 받는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농담 따먹기 식으로 전세난을 가벼이 여기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전세 계약이라는 것이 개인과 개인 간 거래인만큼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한다고 집주인들에게 자신이 내놓은 월세집을 전세로 돌리라고 강요할 방법도 없고, 당연히 그래서도 안 된다.

사실 정부의 전세난 대책이라는 것이 건설사들에게 뉴스테이라는 당근책을 이용해 비싼 월세 주택을 많이 지으라는 것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정부가 싼 월세 임대 주택을 많이 지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지금 현재도 천문학적인 부채가 쌓여있는 LH나 SH등이 저렴한 월세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강력하게 추진 중인 뉴스테이 월세 가격을 좀 더 서민층이 납득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로부터 월세 가격을 낮추는 대신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조율의 미학’을 발휘하는 정도다.

현 시대는 전세가 점차 소멸되고, 전세 주택들이 월세 주택으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과도기적인 시대다. 정부는 급격한 현재의 전월세 전환 과정에서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세난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수적으로 같이 이루어져 한다. 박 대통령의 “전세난”에 대한 가벼운 발언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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