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정신 쏟다 '앗차'... 빈집털이 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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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정신 쏟다 '앗차'... 빈집털이 요주의
  • 이재필 기자
  • 승인 2006.06.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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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각박한 세상 '월드컵도 맘 놓고 못 즐겨'
▲ <빈집털이범에 의해 부서진 문>
[매일일보=이재필기자]체감 경기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서민의 삶이 나날이 기울어져 가는 가운데 이를 입증하듯 빈집털이마저 급증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시민들의 삶에 불안마저 더해지고 있다.

지난 6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박 모군(17) 등 2명에 대해 상습적으로 빈집 등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12일 낮 12시 쯤. 박 군 일당은 부산진구 부암 3동 김 모씨의 집 현관출입문 유리창을 파손한 후 침입하여 현금 17만원과 귀금속 15만원 상당을 훔치는 등 모두 11차례에 걸쳐 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난 10일 이 모양(19) 등 여대생 3명이 박 군과 같은 빈집털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3시경 경산시 임당동 모 빌라에서 이 빌라의 주인인 조 모씨가 외출한 사이를 틈타 우편함에 들어 있던 집 열쇠를 이용해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의 집에 침입한 이 양 일당은 반지와 향수 등 모두 48만원 어치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이 양은 경찰에서 “빌라 입주자들이 평소 집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 점을 알고 우편함을 뒤지다 열쇠를 발견, 호기심이 생겨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며 시민들이 많이 행하고 있는 안일한 문단속이 빈집털이 범죄로 이어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집주인들이 집을 비우면서 열쇠를 우유 배달 주머니에 넣어놓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빈집털이를 일삼아온 김 모씨(20)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 역시 시민들의 허술한 문단속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빈집털이범들이 주로 서민들의 안일한 보안방법을 이용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냉랭한 경기로 인해 안 그래도 힘든 서민들의 삶에 치안의 위협까지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월드컵 기간 동안 집을 비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여름이라는 계절적 시기에 창문을 비롯한 여러 침입 경로를 개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빈집털이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찰은 시민들의 보다 철저한 문단속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 <잘려진 방범창>
춘천경찰서의 김철수 경사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발생하는 빈집털이범의 범죄 수법을 분석해 보면 도로 옆 방음벽과 아파트 사이 공간에 숨어 있다가 인적이 드문 대상물을 물색, 몰래 지점으로 들어가거나 어두워질 무렵 불이 켜져 있지 않고 베란다 문이 시정되지 않은 집을 선택하여 침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에어컨 고정박스와 베란다 그릴을 밟고 2층 이상 고층으로 침입하여 물건을 절취하는 방법 등을 쓰고 있다고도 전한다.

특히 범인이 집 안으로 침입한 이후에는 곧바로 출입문 꺾쇠 등을 안에서 시정하여 정작 주인이 문을 열려고 할 때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즉시 들어온 통로 또는 미리 확보해 놓은 탈출구를 통해 훔친 물건을 가지고 도중 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김 경사는 부연했다.

김 경사는 빈집털이범들이 이 같은 습성을 보이는 만큼 그에 맞춰 시민들이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심지는 물론 외곽 지역 시민들은 ‘월드컵’ 기간은 물론, 평소 잠시 외출한다할지라도 출입문과 창문은 꼭 시정해야 한다”며 “적어도 해가 진 다음에는 베란다 또는 거실에 불을 켜고 안 방 등에는 tv를 켜두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누군가의 침입을 알리는 경보기나 몰래 카메라를 나름대로 설치해 두는 가정도 최근엔 많아지고 있어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며 “그래도 항상 주위를 살펴 수상한 차량이 담 쪽이나 으슥한 곳 등에 주차되었을 때에는 메모해 두는 것 또한 범인 검거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주의 깊은 시민들의 관심이 빈집털이 예방은 물론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 <범죄 방지 가스 덮개>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한창인 요즘. 가족들과 밖으로 나가 더운 여름을 수박 한통 친구 삼아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며 지내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최고의 피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승을 부리는 빈집털이범으로 인해 서민들의 가장 큰 ‘낙’마저도 맘 편히 즐길 수 없는 실정이 되어버렸다.

바닥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서민 체감경기에 빈집털이가 더해져 세상이 점점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예전 울타리조차 없던 우리네 조상들의 삶이 그리워짐과 동시에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구나’ 라고 지금으로서는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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