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심사 강화 이후 건설사 공급 되레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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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심사 강화 이후 건설사 공급 되레 ‘증가’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6.02.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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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냉각 본격화 전 서둘러 물량 털어내기 나서
미분양 사태 심화 우려, 시장 침체 지속 될 듯
▲ 롯데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에 공급한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전경. 이 아파트는 악성 재고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발생해 지난 2013년 입주 이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제공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리스크 증가로 주택 담보 대출 규제 강화가 이달부터 시작된 가운데 건설사들이 되레 아파트 공급량을 더욱 늘려 시장의 혼선이 우려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건설사들이 전국에 공급했거나 공급을 대기 중인 아파트 가구 수는 총 2만2159세대로 집계됐다. 지난달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1만1186가구로 전국 아파트 공급 물량은 이달 들어 전달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달부터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수도권에서 시행되면서 아파트 매매를 위한 대출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공급량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시장의 혼란이 더해질 전망이다.

여신 심사가 강화되면 주택 담보 대출시 개인의 대출금 상환 능력을 대출 허가 시 더욱 까다롭게 평가하고, 현재 3~5년간의 거치 기간(원금이 아닌 이자만 상환하는 기간)은 1년 이내로 줄어드는 등 주택 구매를 위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다.

이는 지난해 주택 경기 호조를 타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식 분양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이 이루어진 결과 연말부터 미분양 가구 수의 폭증으로 인해 주택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정부가 공급량 조절에 나서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주택 담보 대출 허가가 까다롭게 나게 되면 주택 거래에 부담을 느낀 가구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자연스럽게 건설사들도 분양을 줄여 공급량 조절을 유도하기 위한 것.

또한, 주택 담보 대출 규제를 통해 현재 120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가계 대출 규모를 줄여 부동산 시장에만 몰려 있는 가계 자산을 전체 경제 시장에 분배하려는 것이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의도와는 반대로 되레 건설사들은 현재 공급량 조절에 나서지 않고 분양 물량을 더욱 증가시키며 남은 물량 털어내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다음 달 공급 물량이다. 오는 3월 전국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61개 단지, 총 4만3020가구로 수도권 지역 여신 심사가 강화된 이달 보다 공급량이 또 다시 두 배 가량 증가한다.

3월 공급 물량으로만 따져도 주택 경기가 호조였던 지난해 3월 공급 물량인 2만2159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또한 역대 3월 공급 물량 중에서 가장 공급량이 많았던 2005년의 2만6276가구를 훨씬 능가하며 이는 3월 공급 물량으로는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분양가 공급과 공급과잉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연초부터 1월에서 2월로, 2월에서 3월로 총 3개월 동안 각 달마다 공급량이 두 배씩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3월까지 전국에 공급될 아파트는 총 7만6365가구에 달하게 된다. 주택 경기가 호조였던 지난해 1분기(1~3월) 전국 아파트 공급 물량이 4만7108가구였던 것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다,

2월부터 여신 심사 강화로 인해 수도권 지역의 주택 거래 수요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급 과잉이 이뤄지면 위험 수위에 다다른 미분양 가구 수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전국의 미분양 가구 수는 이미 6만 가구를 돌파해 지난해 10월 미분양 가구 수 3만 가구에서 두달 만에 두배 이상 미분양 가구 수가 증가했다.

가뜩이나 이달부터 이루어진 여신 심사 강화로 인해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현 시점에서 오히려 건설사들의 공급 과잉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하는데 대해서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가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증가와 함께 여신 심사 강화로 주택 구매 수요가 움츠러들어 시장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보유 택지를 관리하면서 물어야 하는 금융 비용보다는 아파트 공급을 통해 들어오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충당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은 올 하반기 유가 하락, 글로벌 증시 불안, 금리 인상 등의 심각한 경제 불안 요소가 더욱 많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다면 차라리 상반기 안에 남은 보유 택지를 빨리 털어내고 상반기 내에 예정된 공급 물량을 안전하게 털어내기를 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시장 전체로 보면 가뜩이나 미분양 리스크와 여신 심사 강화로 인해 수요자들이 느끼는 부동산 경기는 더욱 하락 중인데 건설사들의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단지의 증가와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발생해도 입지와 분양가를 잘 선택하면 결국 시간이 걸려도 미분양 물량은 소진되기 마련”이라며 “일단 아파트를 분양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오고, 입주 시 잔금 처리까지 최종적으로 완료되면 어느 정도의 미분양 물량은 감당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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