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철밥통' 깨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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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철밥통' 깨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려면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6.02.1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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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철밥통’으로 일컬어지던 은행원들의 밥그릇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제부=이수빈 기자

지난 2일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 발표에 이어, 4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성과연봉제 도입 및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규정 도입을 합의하면서 이에 화답했다.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저성과자나 지점 성과에 무임승차해 높은 호봉만 따박따박 받아가던 은행원들을 걸러내고, 팍팍한 경제 환경에서도 고액을 자랑하던 은행권의 임금을 서서히 낮춘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5대 기관 신년 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러한 취지를 공감케 한다.

하 회장은 “은행들의 임금구조나 관련법들이 과거의 수출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일 때 만들어 진 것이라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진 현 시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곧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여러가지 유연성을 가지고 시중은행과의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어, 기존의 임금·보상체계로는 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어려워지는 은행 경영환경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새로운 모멘텀을 찾으려는 은행권의 시도에 상당부분 공감이 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번 개혁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도록 성을 잘 쌓는 일이다.

지난 50년 가까이 이어지던 은행 ‘철밥통’을 깨고 성과연봉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측이 성과보상체계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방향을 제시하고 노동계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보상 시스템은 철저히 형평성의 토대 위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공정함을 기반으로 바람직한 보상이 주어질 때 그 제도에 대한 납득이 발생하고 이는 곧 신뢰로 이어진다. 과정이 무시되면 보상에 대한 집착으로 인간소외가 나타나기 쉽고, 결과가 무시되면 인풋(in_put)이 효율적으로 투자되기 힘들다.

따라서 계량적인 수치로만 성과를 평가하는 비중은 줄이고, 그 과정과 효율성에 초점을 두어 평가하는 종합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교육-인사배치-성과-보상으로 이어지는 인사구조 전반을 재정비하고 그 과정에 있어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개혁은 부작용만을 양산해 낸 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보수적인 업계 문화 등으로 좀처럼 변하지 않던 은행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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