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정치’ 표방한 安신당, ‘舊’인사만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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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정치’ 표방한 安신당, ‘舊’인사만 물망?
  • 이창원 기자
  • 승인 2016.01.0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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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창원 기자.

[매일일보 이창원 기자] 안철수 의원이 탈당 후 추진 중인 안철수신당은 최근 ‘상당한 수준의 바람’을 일으키며 더불어민주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4월 총선에서 제1야당 자리를 두고 양측 모두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강력하게 대립하고 있다.

안 의원은 탈당 직후 “(총선에서 야권 연대를 생각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과는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안철수신당과 함께 하기 위한 ‘연쇄탈당’ 분위기에 대해 “탈당지역에 새 인물로 ‘물갈이’ 할 것”이라고 응수하며 동시에 인재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안철수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오차 범위 내에서 2‧3위 지지율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으며, 야권 정치의 근원인 호남 지역에서도 양보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정도의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른바 ‘안풍’(安風)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국회 입성 이후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던 그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탈당과 신당계획으로 인해 동력을 얻은 안 의원이 지난 대선 때부터 줄곧 주장해오던 ‘새정치’가 이번에는 가능할 수 있겠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안철수신당의 바람이 총선이 본격화되면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로는 현재 안 의원이 접촉하고 있는 인사들과 안철수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재’들을 꼽는다.

안철수신당에 합류한 문병호‧황주홍‧유성엽‧김동철 의원과 지난 3일 탈당 후 합류를 고민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 등 인사들은 모두 ‘새정치’를 말하기에는 ‘구’(舊)인사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안 의원의 경우 현역 의원들과 호남 민심을 잡아야 현실 정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식’적으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인재영입 행보라는 것이다.

특히 4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동교동계 등의 후속 탈당과 입당을 본격적으로 구애하는 행보를 보면, ‘정치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안 의원이 호남 의원 영입에 총력을 쏟으며 기존 정치의 병폐로 지적되는 ‘지역갈등’‧‘지역정치’의 늪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다.

또한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한다면서도 안 의원이 강조한 “30‧40대 허리 역할”을 하는 혁신적인 인재영입이 없고, ‘기반다지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은 썩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치권에서 많이 인용되는 서산대사의 시가 있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새정치’의 길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반드시 가야하고, 가는 과정 또한 초심을 잊지 말고 정돈된 발걸음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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