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잘나가는 반도체에도 정부 손길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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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잘나가는 반도체에도 정부 손길 필요하다
  • 최수진 기자
  • 승인 2015.12.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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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내년 반도체 국가 연구개발(R&D) 신규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이다.

반도체 관련 정부 예산은 지난 2012년 774억원이었으나, 2013년 727억원, 2014년 598억원, 2015년 561억원, 2016년 356억원으로 대폭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 2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커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반도체 업계를 무너트릴 수도 있는 근시안적인 처사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과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맹렬하게 한국 기업들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예산을 줄이고 있는 것.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의 경우 정부의 예산이 없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나, 중소기업들 특히 팹리스 업체들은 당장 내년이 걱정인 것이다. 학계에서도 인재 양성과 차세대 R&D 연구가 어려워졌다.

IoT(사물인터넷)가 자동차, 가전 등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시스템반도체 등의 연구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이를 민간 연구개발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스템반도체 설계 등을 주로 하는 반도체 개발 전문업체 팹리스 부문에서 이미 한국업체들은 중국의 엄청난 투자에 뒤로 밀렸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메모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김기남 사장 역시 향후 5년이 한국 반도체 업계의 골든타임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김 사장은 정부의 지원, 학계의 인재 양성, 기업의 연구개발 등이 유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이처럼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하자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태평한 모습이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반도체 공장의 착공·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정부가 반도체 업계를 독려했지만, 실제로는 예산을 줄여버렸다. 말뿐인 독려다.

반도체 산업은 지금 한국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이 언제까지 최근과 같은 호황기를 누릴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지금부터 언제든 닥쳐올 수 있는 위기에 준비해야한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가 몇 년 안에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망이기 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에 불과하다. 반도체가 수출 효자종목으로 오래 남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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