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공항과 ‘76분의 암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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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공항과 ‘76분의 암흑’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5.12.1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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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공항에서 여객기 이착륙을 지시하는 관제탑의 통신장비가 한꺼번에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제시설 장애는 76분이나 이어졌지만 해당 직원들이 비상시스템을 제때 작동시키지 못하면서 항공기 20여 대는 관제탑의 도움 없이 착륙했고 밤늦게까지 총 77편이 지연 운항했다.

주말인 지난 12일 오후 6시 50분부터 8시 6분까지 비상 통신장비를 포함해 관제탑 4대, 접근관제소 6대 등 총 10대의 통신장비에 교신 이상이 발생했다. 이 같은 제주공항 관제시설의 통신장비 장애는 개항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해당 사고가 발생하자 관제탑은 즉시 예비·비상 통신장비를 가동시키려 했지만 해당 직원들이 통신장비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시간은 더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주공항은 오후 7시 41분이 돼서야 예비·비상 장비를 통해 여객기와 교신을 이뤄냈고 통신선 일부를 교체한 뒤인 오후 8시 6분 관제소 통신이 재개됐다.

당시 제주공항은 1분 30초마다 항공기의 이·착륙이 예정돼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이를 넘겼다. 대신 통신 두절로 인해 제주공항에 도착하려던 항공기 37편이 착륙하지 못해 회항 하는 등 총 77편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다.

오후 6시 45분 김포공항과 오후 6시 55분 광주공항에서 이륙해 제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OZ8951편(승객 168명)과 OZ8147편(승객 119명)은 제주공항과 통신이 되지 않아 아예 회항했다. 김포와 광주공항으로 되돌아온 항공기 2편도 다시 이륙해 예정 시간보다 2~3시간 늦게 제주에 도착했다.

더 큰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가 해당 사고의 원인을 당시 현장 직원들의 대응 미숙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제주공항 관제탑에서 통신시스템을 담당한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의 실수로 통신장비가 마비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이 주 장비와 예비 장비에 장착하는 전자카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통신마비 상황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해당 사고가 무수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인 만큼 정부의 보다 명확한 원인규명 조사와 추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의 공항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반드시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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