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임원 신세계 위장 침입 파문
유통업계 망신 롯데가 다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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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임원 신세계 위장 침입 파문
유통업계 망신 롯데가 다 시켜?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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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롯데, 밤11시 신분 속여 신세계 염탐, 상도의 무시'
<롯데 '무단침입 아냐, 경쟁업체 조사는 당연한 일' 둘러대-업계 '롯데 비상식 행동 오래된 일, 유통업계 질서 어지럽혀'>

▲ 롯데백화점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유통업계 영원한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의 싸움이 법정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A 부장을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따르면 A 부장이 자신을 의류업체 직원이라고 속여 신세계 본점에 무단으로 침입해 공사 중이던 매장을 수색하는 등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것.

더욱이 신세계에 의하면 몇몇 유명 브랜드 업체가 신세계 본점에 입점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주요 지점에서 퇴점 압력을 가하거나 영업 정지를 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신세계 측은 롯데의 이런 무단침입이 예전에도 있어왔다며 그동안 수 차례 롯데 측에 항의했지만 번번이 무시해 고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는 "해당 직원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회사는 모르는 일"이라며 "신세계를 견제해 일부 브랜드에 퇴출 조치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 측이 바잉 파워를 이용해 이처럼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 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진짜 유통업계 망신입니다... 다른데도 아니고 롯데 같은 회사가.." "한편으론 '롯데답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무대포 행동을 롯데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

유통업계 관계자가 인정한(?) 롯데의 무대포 정신을 보여준 이번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지난달 17일 롯데 영 캐주얼 팀 A 부장이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신세계 본점에 들어왔다.

백화점 매장 영업 시간은 이미 끝난 지 오래지만, 16일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봄 세일을 끝낸 뒤 17일이 백화점 휴무였던 관계로 몇몇 브랜드 매장 오픈을 위해 밤늦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

A 부장은 자신을 그 입점 예정인 브랜드 업체 직원이라고 속이고 경비실에는 신분증이 없다며 주민등록증 확인 절차만을 거치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마침 그 시간 신세계 측 한 바이어가 공사 관계로 매장을 둘러보다 A 부장을 발견하게 된 것.

같은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롯데 측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던 이 바이어는 A 부장 얼굴이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비실에 가서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등을 확인한 결과 롯데 측 관계자가 맞았던 것.

이에 CCTV를 통해 재차 확인해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롯데 부장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해서 A 부장의 위장침입은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신세계 측은 이번 일이 단순히 간과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 일단 롯데 측에 사과와 해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롯데 측에서는 어떠한 정식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롯데 측에서는 답변은커녕 오히려 당시 신세계 본점에 공사 중이던 신규 입점 브랜드 업체에 롯데의 주요 지점 몇 군데에서 퇴점 하라고 압력을 가하기까지 했다고.

신세계 측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달 16일 끝난 백화점들의 바겐세일 마지막 3일, 즉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점에 롯데 매장에 있는 이들 브랜드 업체(신세계 본점에 입점할 예정으로 A부장이 둘러본 공사 중이던 브랜드) 에 하루, 또는 이틀 동안 영업을 정지시키는 등 손해를 끼쳤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한 세일이 끝난 바로 다음날 A 부장이 신세계 본점에 무단침입을 강행했고 이후 해당 브랜드들에 대해 롯데 유력 지점에서 퇴출을 명령, 일부 브랜드에게는 마진 인상을 통보했다" 고 말했다.

결국 정황 상 일련의 사건들이 연속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며 라이벌인 신세계를 견제하기 위해 일부 브랜드들에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얘기.

이에 롯데 측에서는 "무단침입이 아니며 개인 차원에서 경쟁점포를 살펴보기 위해 찾은 것으로 회사는 모르는 일" 이라며 "경쟁업체끼리 다른 매장에 가서 정보탐색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다" 고 반박했다.

롯데는 또한 브랜드 업체의 퇴점 명령과 관련해서도 '서비스 부족'과 '매출 부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업체가 신세계 신규 입점 업체와 정확히 일치해 롯데 측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신세계 본점에 입점한 '티비제이'(MK트렌드) '코데즈콤바인'(리더스피제이) '애스크'(리얼컴퍼니) 등의 브랜드에 대해 자사 일부 점포에서 매장을 철수할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신세계 본점 오픈 직전, 롯데 본점장도 무단침입

신세계는 또 상도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롯데 측의 이런 행동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측은 "지난 해 본점 오픈을 앞두고도 이런 일이 있었다" 며 "롯데 측 바이어들이 업체직원으로 속이고 들어와 사진을 찍기도 했고, 심지어 롯데 본점장 역시 무단침입을 해 쫓겨나기도 했다" 고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신세계는 그 자리에서 사과문을 받는 선에서 그쳤지만 이번에 다시 같은 일이 발생하면서 '고발'이라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끼리 견제하는 것이야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이런 식은 아니다" 면서 "엄연히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영업시간도 아닌 때에 그것도 위장침입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파문이 확산되자 롯데 측은 퇴점 공문을 내렸던 브랜드 업체들에게 '일단 퇴점하지 말아라'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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