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수저의 초고속승진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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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수저의 초고속승진이 씁쓸한 이유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5.12.06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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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대기업들의 정기인사가 한창인 가운데 특별한 승진자들이 눈에 띈다. 각 기업의 오너일가 자제들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고, 허창수 GS그룹의 장남인 허윤홍 상무와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도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부장도 GS에너지 상무로 승진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도 상무보로 승진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외에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가 부사장으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승진이 눈에 띄는 이유는 ‘초고속’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이다. 기업 분석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자녀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5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다.

올해 인사를 보면 1년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이들도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총수 자제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임원을 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

경총이 지난해 말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중 1000명 가운데 7.4명만 임원으로 승진하고, 사무직 대졸사원이 부장으로 승진하기까지는 평균 17.9년,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2.1년이 걸린다.

임원을 달았다고해서 안심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매해 연말 실적평가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최근에는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임원수가 대폭 줄어드는 상황이다. 굳이 임원이 아니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퇴직하는 직원들은 많다. 요즘 같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는 사실상 언제 자리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파리목숨인 셈이다.

반면 총수 자제들이 실적부진이나 구조조정을 이유로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내처지는 경우는 없다. 경영권 분쟁이나 사회적 물의를 빚을만한 큰 사고가 없는 한 지속적인 승진을 거쳐 총수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은 사실상 정해진 루트나 다름없다.

실업률이 늘어나고, 취업에 성공해도 임원을 달기는 커녕 언제 내처질지 모르는 불안함이 팽배한 상황에서 ‘금수저’들의 초고속승진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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