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00원 소주' 술 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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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000원 소주' 술 맛이 쓰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5.12.03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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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기에 여념이 없다. 어린이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에 들떠 있겠지만 정작 산타할아버지 역할을 할 우리네 가장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한 요즘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여느 때보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월급은 치솟는 물가에 비해 너무나도 초라하다. 이런 가장들의 마음을 달래주던 것이 ‘서민의 술’ 소주다. 하지만 조만간 소주마저 마음 놓고 먹기 힘들어질지 모르겠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27일 소주 출고가를 3년 만에 인상했다. 출고가격은 병당 961.70원에서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출고가 1000원 시대를 맞았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출고가 인상 직후 만난 타 주류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큰 형님이 올렸는데 따라가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미 하이트진로 발(發) 가격 인상 행렬은 업계에 나타나고 있다. 대전·충남 지역의 주류업체 맥키스컴퍼니(옛 선양)와 제주 향토기업인 (주)한라산소주는 각각 자사의 소주 브랜드인 ‘O2린’과 ‘한라산소주’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출고가가 50원이 상승하면 도매주류상에서는 200원 가량 소매점에서는 1000원 정도 시차를 두고 오른다”고 전했다.

당장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소주 가격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소주 한 병당 5000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가 대학생 시절 소주 한 병에 2000원 하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십 수년만에 소주는 두 배넘게 가격이 오르면서 귀한 몸이 됐다.

소주는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소비재다. 소주를 마시던 사람들이 소주 가격이 올랐다고 맥주나 와인을 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지인은 ‘5000원 소주 마실거냐’ 라는 질문에 “소주 가격이 올랐다고 처음이야 금주한다고 하겠지. 근데 담배 가격 올랐다고 금연하는 사람 봤어? 결국 다 마시고 피는거야”라고 우문현답했다.

‘5000원 소주’를 마시게 되면 '술맛이 쓰다' 라는 것을 혀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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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용 2017-10-08 02:22:23
몇년 전 글이지만 참 비유도 좋고 잘 쓴 기사네요ㅎㅎ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