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두 얼굴
'M&A 신화에 숨겨진 끝없는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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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두 얼굴
'M&A 신화에 숨겨진 끝없는 탐욕'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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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뉴코아. 까르푸 노조 '5년차 연봉 1천500, 직원 쥐어짜 회사 몸집 키워'
▲ 이랜드 박성수 회장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중견유통 기업 '이랜드그룹'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 28일 이랜드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까르푸의 새 주인으로 선정되며 할인점 업계를 놀라게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랜드가 M&A 시장의 '대어'인 까르푸를 낚았다며 판도변화 등 향후 전망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사실 이랜드는 지난 몇 년간 까르푸 외에도 뉴코아, 킴스틀럽 마트, 해태유통 등 끊임없이 인수 합병을 추진해왔다.

앞으로도 홍콩 의류업체 지오다노를 비롯 3,4개 기업을 연내에 추가로 인수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랜드의 허울좋은 M&A 행진 뒤에는 노조를 탄압하고 비정규직을 양산, 소비자를 우롱하는 추악한 이면이 감춰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랜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직원들에 대한 임금수준이나 처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열악한 실정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헌옷을 새옷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이랜드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측은 그동안 노를 '악'으로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노조원들에 대한 탄압과 협박을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게 된 것은 재앙이나 다름 없다" 까르푸 노조 김경욱 위원장의 격앙된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랜드는 1조7천억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 중 무려 1조4천억원을 남의 돈으로 메꾸며 뒷 감당도 못할 무모한 짓을 벌였다"고 비난하며 "빚을 갚으려면 향후 까르푸 부동산을 팔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뉴코아를 인수했을 당시에도 인수 후 부동산을 매각했었다" 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인수대금 중 이랜드가 마련한 3천억원 가운데 2천억원도 뉴코아 가매출에 대한 담보액으로 알려졌다"면서 "나머지 1천억원이 순수하게 이랜드가 지급한 금액인데, 이 역시 어디서 나온 자금인지 알 수 없다" 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랜드 그룹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경영 투명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이랜드 노조 관계자는 "이랜드 노조 측에서는 그나마 까르푸가 파악한 정도의 정보조차 얻을 수 없는 실정이다" 면서 "오랜 탄압을 받아오면서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이 철저히 차단돼 있다" 고 밝혔다.

실제로 이랜드는 자산 기준 재계순위 37위(공기업 제외)에 달하는 그룹 외형을 고려했을 때 밖으로 알려진 내용들이 극히 드문 상황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언론은 이랜드의 전 간부급 직원의 말을 빌려 이랜드의 폐쇄적 기업 문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은 공격적인 M&A 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이랜드의 한 편에 또 다른 모습이 숨어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이랜드, 직원 등치고 소비자엔 사기.. 5년차 연봉 1천5백?

지난달 박 회장은 서울 여의도의 한 교회에서 열린 특별강의에서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애써온 것이 나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 이랜드를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갖가지 이야기들은 박 회장의 이런 발언에 의문을 갖게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랜드가 헌옷을 신제품으로 허위 표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3일 "이랜드가 의류의 생산연도를 허위 표시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랜드가 소비자를 속일 목적으로 생산연도 등을 허위 표시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이랜드 헌 옷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랜드는 지난해 7월 이월된 청바지 상품에 대해 추가로 가공처리 과정을 거친 뒤 신상품으로 광고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정위에 사전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가공처리를 통해 모양, 색상, 질감 등이 바뀐다면 무방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러나 최근 이랜드가 청바지 뿐 아니라 점퍼, 니트 등 다른 600여가지 의류에 대해서도 신제품으로 표시했다는 신고가 공정위에 접수된 것.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도 가공처리 후 신제품으로 표기했다면 위법이라는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 측은 "이런 방식의 판매 허가는 심사 요청된 청바지 한 종류에 국한되는 것"이라며 "다른 스타일의 청바지나 점퍼, 니트, 남방 등의 경우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신제품으로 표기했다면 명백한 법 위반"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뉴코아, 이랜드 노조 측에서는 "겉으로는 윤리경영을 외치는 이랜드가 실제로는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런가하면 이랜드 노조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룹의 직원 복지 수준은 기독교 윤리를 내세우는 박 회장의 경영철학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실제로 이랜드는 지난해에만 당기순이익 2천854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성장을 거듭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회사의 이런 성장으로 인한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에 다니고 있는 한 직원은 "작년에 성과급 100%와 창립25주년 기념 100%를 포함한 정규직 5년차의 1년 연봉이 1천500만원에 불과했고 16년차인 한 선배 역시 연봉이 2천900만원이었다"며 "회사의 이익이 직원들에게는 전혀 분배되지 않고 박 회장과 그 일가에게로 모두 들어간다" 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랜드 노조 측 역시 "3년 전 부터 노조에서 사내복지기금에 대한 문제를 건의해왔지만, 회사측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비정규직 양산, 교묘한 전략

한편 이랜드 노조는 회사 측이 3.6.9. 제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이랜드 노조는 지난 2000년부터 2001년 265일 동안의 파업 투쟁 결과, '만3년이 경과된 비정규직 사원은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규정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시 정규직으로 전환된 조합원들의 수는 20여명에 불과했다.

이랜드는 2001년부터 3개월 단위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을 고용, 두 차례 계약기간을 갱신, 총 9개월 후에 계약을 해지하는 식의 방법을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교묘한 작전을 써 온 것이다.

심지어 비정규직이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에 '근로기간은 최대 9개월을 넘지 않는다' 고 명시해 9개월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해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이랜드 노조 홍윤경 위원장 설명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양산된 비정규직이 작년 기준 3천4백여명의 직원 가운데 1천여명(직영 비정규직만)에 달한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올해 비정규직 사원의 상황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일절 함구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며 "아마도 조만간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는 눈치"라고 말했다.

이들 비정규직 대부분은 물류, 캐셔 및 판매 등 분야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월 90만원 선, 1년에 1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이랜드는 지난해 2월 그룹 핵심 관계자들이 '뷰티풀휴먼'이라는 인력회사를 설립, 이랜드계열 '모던하우스' 전 직원 300여명을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이를 이랜드 의류와 판매직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에 반대하는 노조에 대해서는 용역직원을 동원해 감시, 협박하는 등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기독교 정신을 내세운다는 이랜드의 주장은 사실상 사기에 불과하다" 면서 "회사 측은 노조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노조원들을 탄압해 왔고, 노조 임원들에 대해서는 승진, 임금 상 불이익, 해고, 징계 등 갖가지 악랄한 수법을 동원했다" 고 말했다.

노조 탄압, 협박, 회유.....기독교 정신은 사기?

결국 이랜드, 뉴코아, 까르푸 3사 노조는 이랜드가 까르푸의 인수자로 선정된 지난 28일 이후 회사 측에 본격적으로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 1일 3사 노조느는 안양 평촌 뉴코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까르푸 노동자 고용안정 보장 .뉴코아-이랜드 노조탄압 중단 .M&A 성실교섭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경욱 까르푸노조 위원장은 "자본구조가 취약한 이랜드가 실제로는 1천억원의 자기 돈만으로 1조7천500억원의 물건을 구입한 격으로, 연쇄도산이나 2·3차 매각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노조는 이랜드측에 취약한 자본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요구하는 한편, 문서화된 '고용안정협약서'를 통한 고용보장을 요구한" 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3개사 노조 대표자들은 지난달 30일 까르푸노조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고용안정 및 노조활동 보'’을 위한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병원 뉴코아노조 위원장과 홍윤경 이랜드노조 위원장은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한 후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닥칠 것"이라며 "최근 뉴코아노조 조합원 900여명을 집단으로 징계 회부하는 등 이랜드그룹이 그동안 노골적으로 노조를 탄압해 왔음을 볼 때 까르푸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이랜드의 약속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우려를 나타냈다.

이랜드, 빚 잔치로 거둔 까르푸, 효과는 글쎄...

이처럼 안팎으로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랜드는 여전히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의 장기전략상 2001년에서 2007년이 M&A를 통한 재도약기 이므로 내년까지는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에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한 것에 대해 빚으로 집어삼킨 무모한 M&A라는 뒷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향후 전망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랜드는 할인점과 패션 아울렛이 결합한 새로운 할인점 모델을 통해 내년 까르푸 매출액이 지난해 1조6천678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조원대까지 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와는 다르다.

일단 이랜드가 주목하는 할인점의 패션사업은 최근 할인점업체마다 거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업체들은 현재 패션 자체브랜드(PB) 상품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 이랜드의 차별화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뿐만 아니라 연간 100억원도 안되는 까르푸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면 초기 투자가 관건이지만 이랜드로서는 추가 자금동원이 쉽지 않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까르푸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분당 야탑점 또한 오는 6월 경매에서 다른업체로 넘어갈 경우 이랜드 인수효과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은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에 동원된 '빚' 청산과 함께 기대했던 실제 이익을 거둬들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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