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찻잔 속 태풍’ 계좌이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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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찻잔 속 태풍’ 계좌이동제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5.11.3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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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금융개혁의 핵심인 계좌이동제가 지난 10월 30일 시행됐다.

800조 원에 달하는 자동이체 거래의 빗장이 풀리자 은행업계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과는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는 모양새다.

시행 첫날 ‘자동이체 통합관리시스템(페이인포)’에서 이뤄진 계좌 변경 건수는 2만3047건이었지만 사흘 후엔 절반인 1만1470건으로 줄었다. 해지 건수도 5만6701건에서 1만3609건으로 급감했다.

첫날 계좌 이동 건수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16일에는 자동이체 계좌 변경을 신청한 건수가 약 5000건에 그치는 등 이용고객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지근한 반응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주거래 이동요인이 크지 않다. 지금 주거래 은행을 이동할 경우 이중으로 계좌를 관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은행에서 주거래계좌를 옮긴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는 우대금리가 낮은 등 혜택이 별로 없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굳이 주거래계좌를 옮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은행들이 내놓은 계좌이동제를 겨냥한 상품들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마다 고객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혜택을 추가한 우대통장과 각종 인센티브를 쏟아냈지만 고객들이 주거래계좌를 옮길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들이 금리우대 예금, 대출이자 할인, 무조건 수수료 면제, 할인쿠폰이나 멤버십으로 포인트 적립 등 단기적인 서비스나 한시적인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계좌변경 서비스는 통신·보험·카드 3개 업종(전체 자동이체 건수의 67%)의 자동납부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거관리비와 전기세, 학원비 등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건별로 따로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계좌이동 신청을 온라인상에서만 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계좌이동제는 금융 서비스 선택권을 넓혀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부수적인 자동이체 거래가 많이 얽혀 있다 보니 주거래은행을 바꾸기 어려웠던 고객을 돕는 게 목적이다.

즉,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업계 경쟁을 촉발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시행 초기 실적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할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내년 2월 이후 계좌이동제 활성화에 따른 순기능을 기대해본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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