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분 정치’‧‘큰 정치’가 그립다
상태바
[기자수첩] ‘명분 정치’‧‘큰 정치’가 그립다
  • 이창원 기자
  • 승인 2015.11.29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치부 이창원 기자.

[매일일보] 지난 22일 새벽 민주화의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28일 삼우제까지 일주일 동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221곳에 설치된 분향소에 모두 19만 7000여 명이 조문했으며,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3만 7400여 명, 국회에 마련된 대표 분향소에는 3300여 명이 다녀가면서 빈소와 분향소 조문객은 모두 23만 78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한국갤럽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51%,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34%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대한 공헌도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공헌했다’가 31%, ‘어느 정도 공헌했다’ 43%로 ‘공헌했다’라는 평가가 74%였다.

‘공헌했다’는 평가에 대한 이유로는 ‘민주화 운동’이 37%로 가장 높았고, 금융실명제(17%), 군부독재 청산과 하나회 척결(10%)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장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이 재조명되며 ‘김영삼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등 김 전 대통령의 어록들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현재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 공천룰 등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하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군부독재 청산, 민주화 등 ‘큰 정치’를 했던 양김(김영삼‧김대중)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그에 딸린 ‘명분’도 현재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양심 시대의 정치는 현재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대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온몸으로 대항하며 ‘함께 풀어가는 숙제’였기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된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통’의 핵심은 ‘사욕(私慾)’이다.

자신의 계파, 계파 속 자신의 위치, 이를 통한 자신이 챙길 이익 등을 위한 전략에만 집중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큰 그림’에 낙서만 하고 있는 형상인 것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문제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안 된다며 투표를 권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큰 정치’‧‘명분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며 ‘양김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그 시대의 정치’를 회고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