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꽃’ 튀지만 ‘고민’은 없는 면세점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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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꽃’ 튀지만 ‘고민’은 없는 면세점 대전
  • 박예슬 기자
  • 승인 2015.11.12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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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다가오는 주말 2차 면세점 대전의 승자가 발표된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긴장되는 한 주를 보내고 있을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이번 면세점 대전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 관계자들일 듯하다.

업계 1위인 롯데, 워커힐로 잔뼈가 굵은 SK, 재도전에 나선 신세계, 새롭게 뛰어든 두산까지 누구 하나 빠질 데가 없는 유수의 기업들이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미디어에 얼굴조차 잘 비추지 않던 기업 오너들이 설명회를 주도하거나 현장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과연 면세점은 유통업의 ‘꽃’이라 불릴 만큼 운영 기업에는 수익이 막대하다. 기업에 독점적 이윤을 보장하는데다가, 수수료도 0.05%에 불과한 구조 덕분이다.

이렇게 큰 혜택이 따르다 보니 각 기업들은 그야말로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자고 나면 어느 기업의 총수가 사재 수백억, 수천억을 내놓았다는 공약들이 연일 쏟아질 정도지만, 사실대로 이행한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다.

당초 면세점 사업자는 기본 10년 계약 후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자동 갱신돼 왔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한 독과점 논란이 제기되면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돼 현재와 같은 5년 주기의 경쟁입찰제도로 바뀐 것이다.

독과점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도입했지만, 현행 면세점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개정된 입찰제도로 인해 불필요한 과열경쟁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사실이다.

애초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 산업인 면세점에 이런저런 규제로 발목을 잡아, 우리나라 면세점이 세계적으로 진출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자금이 높은 면세점의 사업자를 5년 주기로 변경하다 보면, 손익분기점에 다다르기도 전에 사업자가 바뀔 우려도 있다.

아울러 비슷비슷한 대기업들이 백화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면세점을 관행적으로 운영하는 행태 또한 아쉬운 지점이다.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그 나라만’의 문화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면세점 사업자들은 세계 어딜 가나 구입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유치에만 열중하고 있다. 한국 관광의 목적이 ‘쇼핑’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경쟁입찰의 평가 점수표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다.

건전한 경쟁은 모두를 발전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러나 ‘고민 없는’ 경쟁은 출혈만을 낳을 뿐이다. 당국과 업계가 한국 면세점 사업의 근본적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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