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주그룹의 '부산시 때리기'가 곱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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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주그룹의 '부산시 때리기'가 곱지 않은 이유
  • 박동욱 기자
  • 승인 2015.10.28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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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공용주차장 왜 안해줘" 부산시 압박하지만…
 

[매일일보]'트리콜' 대리운전을 모태로 하는 삼주그룹은 부산울산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급신장시켜 온 중견기업으로 꼽힌다.

백승용 삼주그룹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대리운전 사업을 시작, 큰 돈을 모아 건설사와 레저산업 등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그런 삼주그룹에 2~3년 전부터 짙은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부산권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위세를 떨쳐왔던 트리콜은 '친구친구'와 '오천콜' 등 경쟁업체의 공짜 마케팅에 밀려 고객 충성도가 예전에 비해 시들해졌다.

매직쇼 전문 공연장으로 문을 연 MBC삼주아트홀은 영업 부진으로 일반 행사를 유치하며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고, 삼주그룹의 자회사 울산마리나가 지난 3월 간절곳에서 시작한 요트 사업은 불과 2개월여 만에 사업을 접었다.

삼주그룹이 이처럼 여러 사업에서 잇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론칭한 부산 용호만 '다이아몬드 베이' 유람선 사업은 삼주그룹으로서는 뼈아픈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허남식 시장 시절이었던 2013년 말 부산시의 권유로 이 사업에 뛰어든 삼주그룹은 지난해 11월에 92인승 최신 요트를 구입하는 등 100억원 이상(삼주그룹 주장)을 투자했지만 이 사업은 갈수록 적자 누적으로 애물단지로 변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양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삼주그룹은 이 사업이 '돈먹는 하마' 조짐을 보이자 백승용 회장이 직접 나서 우선 공용주차장 문제부터 건드리며 부산시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본지 10월22일자 보도-'유람선 사업' 삼주그룹, '부산시 때리기' 나서…배경 관심>

부산시가 올해 초 주차장으로 사용될 하수처리시설 부지 일부 6600여㎡를 공용주차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 놓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지난 9월말부터 몇몇 언론매체를 앞세워 부산시를 집중 압박하고 있다.

부산시가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당시 표류하던 유람선 사업의 대상자로 유치해 놓고도 이제 와서 '나몰라라'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삼주그룹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삼주그룹의 이같은 주장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생트집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부산시는 삼주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람선 선착장 주변 공용주차장 확보 용도로 4억4600만원을 확보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주차장 건립이 주민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부산시가 용호만 인근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주민설명회에서는 주차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던 공무원이 마이크를 빼앗기는 봉변을 당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삼주그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부산시를 집중 압박하는 데대해 부산시 안팎에서는 생뚱맞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삼주그룹의 딱한 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부산시가 자신들의 사업을 돌보지 않는다며 공격하는 것은 뭔가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삼주그룹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삼주그룹의 이같은 '부산시 때리기'가 단순한 화풀이 차원이 아니라 향후 수익 사업을 벌이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란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삼주그룹 관련 회사 관계자는 최근 자신들에 우호적인 기사가 연이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유람선 사업 관련 부산시 담당 과장과 국장이 올들어 모두 바뀐 것은 용호동 주차장 건립과 관련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흘리고 있다.

삼주그룹은 옛 도심지역에 35층 이상의 아파트 공사를 추진하는 등 앞으로 건설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시에 대한 공격이 마케팅 전략일 거란 일부의 지적을 들을지언정 '진짜 좋은 것은 모르는 듯 아는 듯 천천히 온다'는 영화 '협녀-칼의 기억' 대사 처럼 삼주그룹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향토 기업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시민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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