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70돌’ 한국 제약업계의 명과 암
상태바
[기자수첩] ‘70돌’ 한국 제약업계의 명과 암
  • 박예슬 기자
  • 승인 2015.10.26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산업부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한국제약협회가 70주년을 맞았다. 1945년, 미국과 일본 등 강대국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며 시작된 우리나라 제약 산업은 경제개발과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마침 올해는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이 자체 기술을 해외 유수의 기업에 수출하는 등 성과를 올린 시점이라, 이번 70주년은 더 의미가 깊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제약업계의 구호가 아직 민망할 정도로, 여전히 주요 제약사들 상당수는 자체 기술력보다 글로벌 제약사가 연구·개발한 신약을 판매 대행하는 것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상품매출(다른 제약사에서 도입한 제품을 판매한 매출)은 전체 대비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위 ‘10대 제약사’라는 주요 제약사에서 더 심한데, 이들을 포함하면 56.33%로 훌쩍 뛰어오른다. 사실상 의약품을 ‘개발’하기보다 ‘판매’하는 업체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중 제약업계 최초 ‘1조 매출’을 써 내리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유한양행의 경우 상품매출이 전체의 72.80%나 차지했다. 이밖에도 상품매출의 비중이 40%를 넘는 상위 제약사만 3곳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많은 업체들이 ‘판매대행’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매출 5위 안에 드는 광동제약의 경우는 아예 제약기업으로서의 정체성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광동제약의 매출 중 60%는 ‘비타500’, ‘제주삼다수’ 등을 비롯한 ‘비 의약품’ 단순 음료 제품을 통한 판매실적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연구개발(R&D) 비중 또한 매출의 1% 가량에 불과해 향후 의약품 파이프라인이 확대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 적지 않은 제약사들은 ‘불황’을 이유로 본연의 역할보다는 식품, 화장품부터 서비스업까지 수익성이 좋은 먹거리 찾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물론, 산업 특성상 이윤 추구에 여러 규제가 따르고, ‘약가인하’ 등 리스크도 많은 탓에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에 늘 목마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상품매출 의존은 단기적인 수익 거두기에는 유용하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우리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한국제약협회가 70주년 행사에서 내건 슬로건은 ‘달려온 70년, 100년을 향한 새 출발’이라고 한다. 지난 70년간 우리 제약업계는 ‘무에서 유를 창조’ 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폭의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다가올 100년은 탄탄한 기술력으로 내실을 다지는, 진정한 의미의 성장을 거두는 시대가 될 수 있도록 당국의 지원과 제약업계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