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악재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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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악재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나라당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6.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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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위기론 확산 ‘손학규 바람 솔솔 부네’
▲ <김덕룡 의원>
김덕룡- “모든 것이 부덕의 소치, 당과 정치권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박성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진실 규명을 통해 음해세력 응징 하겠다.”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비리 사건으로 위기론에 휩싸이고 있다.

최연희 의원 ‘성추행 관련사건’과 이명박 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으로 연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한번 된서리를 맞게 된 꼴이다.

원내 대표까지 지낸 5선 중진 김덕룡 의원과 국민들에게 뉴스앵커로 잘 알려진 서울시당위원장인 재선의 박성범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 돼 한나라당 내에서 자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 대형악재가 터진 것이다.

검찰에서도 알지 못했던 두 의원의 비리사건을 굳이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한나라당 자체에서 헤 짚은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나무하고 있다.

하지만 두 의원은 검찰수사를 의뢰한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입장이 명확히 엇갈렸다.

먼저 서초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 부인이 자신 몰래 공천탈락자로부터 4억 4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덕룡 의원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며 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한 데 대해 감사하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모든 걸 밝히겠다.”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나라당 중구청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신청자로부터 미화 21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성범의원은 당의 검찰 수사 고발 요청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성 전 구청장으로부터 고급 양주인 루이13세와 모피코트 등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것까지 돌려주면 자기에게 공천을 안 준다고 생각할까봐 받았다. 나중에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부부동반으로 성 전 구청장 부인의 인척인 장 모씨와 저녁을 먹은 뒤 케이크상자를 선물 받았고, 집에 돌아와 안을 보니 달러 뭉치와 비닐에 싸인 1천만원 가량의 수표가 있었다.”며 “다음날 아침 집사람이 ‘안 가져가면 선관위나 중구청장에 가져가겠다.’고 전화했고, 장씨가 그 즉시 가져간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에 뭔가 음모를 꾸미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당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또한 “개인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키고 공인의 도덕성 회복 불능 상태로 훼손시킨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정치적·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혐의 부인으로 아직 명확한 수사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공천비리사태로 인해 한나라당을 비롯해 정치권은 한바탕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허태열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자청, 김덕룡, 박성범 등 중진의원에게 검찰수사 의뢰라는 극약 처방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복잡한 속내를 밝혔다.

허 총장은 "박 의원의 경우 강동구청장이 확정될 무렵인 지난달 20일께 진정인이 감찰단으로 찾아왔던 것 같다"면서 "진정인이 사망한 성낙합 구청장 부인에게 공천을 줄 것을 요청하다가, 방향을 바꿔 부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할테니 당에서 중구청장 선거 지원을 중지해달라고 했다"고 말했었다.

당으로서는 금품 수수 등을 놓고 양측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추이를 조금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진정인 측에서 `박근혜 대표가 중구청장 유세에 찾아오지 말 것' 등을 제시하며 협상을 요구하자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허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우물우물하다 진정인이 폭탄선언을 하면, 당이 다 뒤집어쓰는 형국이 됐다"면서 이른바 `읍참마속'의 배경을 털어놨다.

▲ <박성범 의원>
김덕룡 의원과 관련해선 "지난 5일 허모씨가 부인과 함께 감찰단을 찾아왔다"면서 "더 이상 미루다가는 중진이기 때문에 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우려도 있어, 긴급히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결정이 지도부내 이견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박 대표가 회의 도중 자리를 뜬 것에 대해서는 "행사가 있어 나가신 것이지 전혀 (망설이거나) 그런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김덕룡 의원 같은 경우 한나라당을 떠나 우리 정계의 거물"이라며 "이렇게 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갖고 성과다 뭐다 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정말 가슴아프고 비통하기 짝이 없다"고 말해 당내의 미묘한 갈등의 속내를 보이기도 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속해서 터져 나온 공천 잡음이 결국에는 곪아 터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발원지인 한나라당 측에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 꼴이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스스로 비리의혹을 공개하고 검찰수사를 의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리는 있지만 당의 도덕성은 살아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자는 게 한나라당 측 계산이었지만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이 당내 중진의원인 점과 사건내용으로 감안할 때 이는 잘못된 계산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출마 선언으로 분위기가 급물살처럼 호전되어 가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이번 공천비리사태로 서울시장 선거전을 비롯해 지방선거 전체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보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한나라당 내의 대권 후보경쟁에서 다시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위기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모습이고 자연스럽게 손학규 대세론이 나오고 있는 입장이다.

즉, 황제테니스 파문으로 연일 고전을 한 이명박 시장보다 손학규 지사의 부각이 대두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치권에서는 5.31 지방선거가 40여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자발적으로 공천비리 의혹을 밝히는 한나라당을 두고 숨은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등의 각종 추측들이 나돌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계 일각에서는 자발적인 당내 고발로 인해 박근혜 대표가 대선을 맞아 레임덕에 당내 주요 대표들을 대폭 물갈이 하는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의 말처럼 “검찰조차 이번 사건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돈을 돌려주고 사태를 무마해도 되는데 굳이 당이 먼저 나서서 고백을 할게 뭐냐” 면서 한숨을 내쉴 정도로 당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눈치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먼저, 이번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공천권을 지역으로 넘기는 대신 클린공천감찰단을 설치해 운영하면서 박근혜 대표와 지도부는 “부패행위가 조금이라도 적발되면 가차 없이 엄단하여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재차 강조해왔던 터라 숨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근혜대표가 클린공천감찰단을 발족했지만 그동안 여당의 공세 등을 우려해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이번에 터진 중진급 위원들의 비리 연루에 외부로부터 공격당하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터트린 방법을 쓴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사실 이번 공천비리 사건은 어느 정도 예상된 사고라는 게 한나라당내 의원들 말이다.

계속 된 재보선 승리로 한나라당 지지도가 치솟으면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개혁공천이란 명목으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공천권을 16개 시.도당 공천심사위에 위임했다.

하지만 각 시·도당 위원장이 시·도의 공천심사위원들을 임명 또는 겸임할 수 있어서 공천심사 자체가 각종 이해관계에 휘둘릴 소지가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당 관계자는 "중앙당 심사위를 포함해 공천심사위원 수만 190명이 넘는다"며 "공천 대상자들은 둘째고, 심사위원을 검증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을 만큼 비리가 스며들 여지가 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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