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헬스’ 오세훈, ‘오발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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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헬스’ 오세훈, ‘오발탄’될 수도
  •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 승인 200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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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귀족헬스-공천비리-기반부족’으로 한계 보일 듯

한나라당 내부에서 공천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오풍이 위협받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오풍의 기세가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천비리 사건이 더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짐으로 해서 오풍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풍을 위협하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오풍 ‘저격’에 나선 홍준표 의원이다. 홍준표 의원은 최근 연일 오세훈 의원을 향해 총을 쏴대고 있다.

홍준표 ‘오세훈은 헬스클럽에서 몸 만들기만 열중했었다'

홍 의원은 13일 논평을 통해 오세훈 전 의원을 맹공격했다. 오세훈 전 의원은 헬스클럽에서 몸 만들기만 열중하던 사람이며 자신은 한나라당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사람이므로 자신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홍 의원은 그리고 ‘향후 대선 등을 생각해 볼 때 서울 강북이 매우 중요하다’며 ‘탄핵 역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신이야 말로 강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식으로 홍 의원이 오세훈 전 의원을 겨냥해 맹공격을 퍼붓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원래 맹형규 대 홍준표의 구도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의 틀이 짜여진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유권자들,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들이 맹형규 후보 대신 홍준표 후보를 선택하게 되어 있었는데 오세훈 전 의원이 끼어들게 되면서 홍 의원의 표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홍 의원이 오세훈 전 의원에 대한 공세를 조이는 이유는 맹형규 대 오세훈의 구도로 선거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존재를 계속 알려야만 맹-홍-오의 삼각경쟁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 입장에서는 입 다물고 가만 있으면 맹과 오의 각축 속에서 잊혀질 수도 있는 처지다.

오세훈 측 홍준표 공격 달갑지 않을 듯

그렇다면 홍 의원의 공격을 받는 오세훈 전 의원(이하 오 후보) 측의 입장을 어떨까? 한마디로 곤혹스러운 처지일 것이다. 오 후보 측의 입장에서 계산해보면 홍 의원의 공격을 일일이 받아치는 것도 무의미하다. 오히려 홍 의원을 더욱 키워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홍 의원의 공격논란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홍 의원의 공격이 대중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도 있는 내용이어서 오 후보 캠프는 바짝 긴장하고 있을 법하다. 홍 의원이 오 후보를 공격하는 주된 논리 가운데 하나는 오 후보가 강남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보수성향의 온라인 일간지 프리존뉴스는 오 후보의 강남 헬스장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오 후보가 다니고 있는 헬스장은 강남의 어느 호텔 헬스장이라고 한다. 이 헬스장의 회원권 가격은 9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프리존 뉴스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이 헬스장은 상위 1%를 위한 고급시설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양극화 속에서 ‘가진 자 혐오증’이 무시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지금 대중들이 들으면 썩 기분 좋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오 후보는 11일 프리존 뉴스 기자와 만나 회원권 보유사실을 시인했으나 ‘최근에는 바빠서 운동하러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프리존뉴스에서는 보도했었다.

그러나 프리존뉴스는 “오 후보의 9천만원 헬스” 관련 17일 정정기사에서 “오세훈 전 의원의 헬스장 부부회원권은 최초 4천200여만원에 한정 분양됐는데, 현재는 9천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으나, 재차 확인해 본 결과 최고 회원권의 가격은 기존 4천200여만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 붙혔다. 

그런데 다행히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공천비리 문제가 터지고 오 후보의 상대후보인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 역시 강남 청담동에서 옷을 구매하는 등 부유층과 유사한 소비행태를 보여줘서 오 후보의 헬스장 문제 등은 대중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오 후보가 막 등장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중들은 아직 그의 이미지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불안한 오세훈

지금은 일단 여론조사로 볼 때 오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대중들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 제도를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은 너무 급한 생각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은 오는 25일 치러진다.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의 구성은 당원 30%, 대의원 20%, 일반시민 30%, 여론조사 20%이다. 대의원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당 지도부, 서울시 소속 국회의원과 시·구의원, 당원협의회장 등 당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사람들로 약 2700명 정도가 참여한다.

당원선거인단은 한나라당원 중에서 약 4000명을 무작위로 뽑으며, 국민선거인단은 일반 국민들 가운데서 지원자를 받아 구성한다. 여론조사는 경선 1~2일 전 지지정당에 상관없이 표본을 추출해 조사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을 모두 합하면 경선에 참여하는 사람은 1만1000명 정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거인단 구성을 분석해 보면 오 후보 측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타 언론의 분석을 보면 오 후보 측이 ‘오풍’때문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50대 이상의 장년층 유권자가 많은 한나라당의 입장을 고려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은 25일인데 25일은 화요일이다. 평일 오후에 치러질 서울시장 경선에 일반 시민들이 투표하러 나오기는 쉽지 않다. 결국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 일반 당원이나 일반 국민들은 거의 서울시장 경선투표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할 사람들은?

그렇다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일단 대의원들은 열성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원들은 열성당원들 외에는 나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 각 후보 진영에서 어떤 형태로든 나서게 만든 사람들이 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결국 본선경쟁력을 선거인단들이 주의깊게 볼 것이기 때문에 오 후보 측이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선거인단들은 열성 한나라당 지지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한나라당 경선에서만 승리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열성 한나라당 지지자들, 특히 장년층 이상의 지지자들은 지방선거가 주로 기성세대들이 나오는 선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젊은 지지층이 많은 열린우리당보다 기성세대 지지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나라당이 유리한 것이 당연하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보면 서울시장 경선은 안개 속이다. 각 언론 매체들은 맹 후보와 오 후보가 2강 구도를 형성하고 홍 후보가 1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서울시장 경선에 참여하는 인원 수가 한정되어 있고 각 후보들이 저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거인단 안에 자신의 지지자들을 넣으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투표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풍’이 한나라당 시장경선에서 그리 대단한 위력을 가지지는 못할 공산이 높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가 20% 반영된다고 해도 그 20%가 큰 수치가 아니며 맹-오-홍 세 사람이 경쟁한다고 했을 때 여론조사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당락은 대의원이나 국민선거인단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될 경우 기반이 취약한 오 후보는 불리하게 된다.

현재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후보는?

그렇다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오 후보가 홍 의원과 맹 전 의원의 지지세를 위협하고 있고 특히 홍 의원의 지지세를 보다 많이 위협하고 있긴 하지만 열성 지지자들만 모일 공산이 큰 이번 경선의 승부와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풍’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오풍’의 본질은 언론이다. 언론이 오세훈 전 의원을 일제히 조명하면서 대중들이 오세훈 전 의원을 많이 알게 되었고 기존 한나라당 후보들에 비해 참신해 보이는 오 후보를 많이 선택하게끔 한 것이다. 더군다나 언론에서 강금실 후보와 오 후보를 비교해가며 경쟁식으로 보도함으로서 대중의 관심을 높인 것도 오 후보에게는 이득이 되었다.

최근 한나라당을 강타한 공천비리 논란은 ‘오풍’에 약간이라도 타격이 될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전체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의깊게 생각해 볼 대목은 ‘빨리 얻은 것은 그만큼 빨리 잃을 수도 있다’는 냉엄한 진리다.

오 후보의 경우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서울시장 경선의 경쟁이 격화되면 격화될 수록 오 후보에게 집중되던 언론의 집중도는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오풍의 기세도 꺾이게 된다.

강금실 후보와 오풍의 관계

한편 강금실 후보 측에서는 ‘오풍’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강 후보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원래 어려운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의 특성 상 기성세대들 중심으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집어 생각해보면 강 후보 측에서는 이벤트 식으로 즐겁게 선거를 치러도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이다. 어차피 이길 확률이 높지 않으므로.

강 후보 측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 중요한 것은 호남 유권자들의 결집이다. 원래 서울에서는 호남 유권자들만 결집할 수 있다면 여당이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의 박주선 후보가 있다고는 하지만 원래 호남표는 한 곳으로 집중되는 성향을 보인다. 그러니까 강금실 후보가 멀리 앞서가면 호남표는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해 강 후보에게 모두 모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강 후보는 비교적 편안하게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이용해 다양한 이벤트 전략을 통해 2030 유권자들을 자연스레 지방선거로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2030 젊은이들을 많이 모으면 모을 수록 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 후보는 강남+서초 유권자들과 같은 부유층 유권자들과의 ‘화해(?)’에도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 13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강 후보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와 여당의 강남 정책을 비판하며 ‘강남 분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 후보가 ‘강남 끌어안기’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강 후보가 강남+서초 끌어안기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열린우리당이 갖고 있던 표들은 자연스럽게 열린우리당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열린우리당을 선택하지 않던 표들을 열린우리당으로 끌어오는 작업을 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 후보는 강남+서초를 끌어 안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심판론 실종된 지방선거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사라져 버렸다. 그 대신 인물 대 인물의 선거 구도가 정착되었다. 이는 여당에서 강금실-진대제 후보를 내세운 것과 연관이 크다. 애초부터 강금실과 진대제 후보는 여당과 큰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현 정권의 인기가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은 것이 정권 심판론이 안 먹히는 주 요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문화일보 13일 보도에 따르면 31.7%이다. 임기 4년차 대통령치고는 이럭 저럭 간신히 보통 정도는 되는 성적이다. 원래 노 대통령이 소수파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기 지지율 정도는 지키고 있는 정도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 지지도가 31.7%라는 것은 사실상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외의 국민들은 노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 있다. 원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약 33% 정도는 노 대통령을 확실히 반대하는 세력이다. 그리고 나머지 30% 내외의 국민들은 뚜렷한 정치적 성향이 없거나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는 이들이다. 그러니 이들의 민심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팽팽하게 균형이 유지되고 있으니 정권심판론이 쉽게 먹힐 리 없다. 정권심판론이 먹히는 것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 정국처럼 어느 한편이 상당한 잘못을 범했을 때의 일이다.

정리하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말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누가 1등을 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마 선거가 끝나봐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누구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장 본선도 끝까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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