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영 칼럼> “더 크게 울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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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영 칼럼> “더 크게 울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나정영 본지 발행인 겸 사장
  • 승인 2010.04.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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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어린양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날 어린 양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늑대들 우리로 들어가 버렸다. 늑대들은 어린 양을 대환영하며 자리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늑대들의 속마음에는 어린양을 빨리 잡아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만 주위에 보는 사람들의 눈이 하도 많아 잡아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늑대들은 장시간 회의를 거쳐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지면 어린 양을 잡아먹기로 하고 그전까지는 가장 선량한 모습으로 어린양을 보살피며 맛난 음식과 친절한 말만 골라서 하기로 했다.

 세상 경험이 부족했던 어린 양은 곧 자신이 늑대우리에 잘못 들어온 것을 깨달았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어린 양은 며칠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늑대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다.

어린양은 늑대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울면서 늑대들의 비위를 맞추며 노력을 했다. 어린양은 늑대들보다도 더 큰 소리로 목청을 돋우며 울어댔다. 그것은 어린 양이 늑대 우리에서 잡혀 먹지 않고 살아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이었다.

최근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정당급조와 ‘이합집산’이 볼만하다.

한나라당과 희망연대는 합당을 선언했고 희망연대 이규택 전 대표는 미래연합으로의 분당을 선언했다. 이어 새롭게 창당된 국민참여당, 평화민주당 등은 민주당과 같은 뿌리지만 ‘참여정부·노무현 정신의 계승’ ‘김대중 정신의 계승’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정책과 이념, 정당운영 방식의 차이를 뚜렷이 보여주지 못하고 단순히 헤게모니 차원에서 머물러 유권자들에게 정치 염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심대평 신당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최소한 충청권에서는 일정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지 기반이 겹치는 자유선진당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야4당의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 추진도 ‘이합집산’의 또다른 형태이다. 지금은 민주당내 반발 등으로 단일화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MB정권 중간심판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언제든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정치권의 본격적인 ‘이합집산’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 계파갈등과 각 정당의 공천 후유증 등을 계기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정당이 치열한 공천 경쟁으로 한바탕 내분을 겪은 뒤 그 후유증과 탈락자들의 행보가 ‘이합집산’의 서막을 예고할 것이다.

분명 탈락자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양처럼 이리저리 방황하다 자신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늑대굴?’로 들어 갈 것이다. 처음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그들을 환영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팽’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그림이다. 그때가 되면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과 생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늑대굴에 들어간 어린양처럼 늑대들보다 더 크게 울어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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