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골목 맛집 접수 '좋거나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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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골목 맛집 접수 '좋거나 나쁘거나'
  • 박예슬 기자
  • 승인 2015.10.13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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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CJ 등 유명 맛집 레시피 ‘가정간편식’으로 탄생
이미 개발된 레시피에 ‘편승’ 비판도
▲ 지난 8월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서울 3대 짬뽕 중 하나로 알려진 '초마짬뽕'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이마트 제공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최근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이마트의 자체 간편식품 브랜드 ‘피코크’에서 출시한 ‘초마짬뽕’ 시리즈가 화제에 올랐다. 초마는 ‘전국 3대 짬뽕’ 대가의 셋째 아들이 홍대에 개업한 짬뽕 전문점으로, 양현석 YG 대표 등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맛집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짬뽕 레시피를 이마트가 간편식으로 제작, 2개들이 8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피코크 초마짬뽕’과 ‘하얀짬뽕’ 두 가지 제품으로 지난 8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경기 일산서구에 위치한 이마트타운 식당가에도 초마를 입점시켰다. 이마트에 따르면 초마가 이마트타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월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이마트는 종로 광장시장의 명물 ‘순희네 빈대떡’을 냉동 간편식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빈대떡 반죽이 개별포장된 형태의 이 제품은 가정에서 팬에 부쳐 먹을 수 있다.

CJ푸드빌은 자사 브랜드 식당 ‘비비고’에서 왕십리의 명물 ‘깍두기 볶음밥’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 ‘프레시안’의 간편식으로 깍두기 볶음밥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계열사인 단체급식 전문업체 CJ프레시웨이에서 깍두기볶음밥 등 맛집 레시피를 구내식당 메뉴로 개발하기도 했다.

깍두기볶음밥은 원래 왕십리의 유명 맛집 ‘대도식당’의 간판 메뉴다. 등심구이집인 이곳에서는 고기를 구운 뒤 불판에 볶아주는 깍두기볶음밥이 입소문을 탔다.

지난 8월 개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당가도 각 지역 유명 맛집을 다수 입점시켜 손님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으로 알려진 사천요리 전문점 ‘연화방’과 ‘마약빵’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소문난 대구의 ‘삼송빵집’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동네빵집의 ‘브랜드화’ 선구자격인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은 지난 2013년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벤트 매장으로 문을 열고 1주일만에 1만7000여명의 방문객과 1억5000만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는 부산의 유명 빵집 비엔씨(B&C)의 팝업스토어를 오는 18일까지 오픈할 예정이다.

유통 대기업 입장에서 지역 유명 맛집과의 제휴는 이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신규 제품을 개발하거나, 초기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정간편식 붐이 일어나면서 맛집 레시피를 사용한 제품들은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반값 이하로 거의 동일한 맛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호응을 받고 있다.

한편, 개인이 개발한 맛집의 인기에 대기업이 손쉽게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기업이 신규 제품 개발보다는 ‘편한 길’을 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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