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 수레가 요란’했던 한국판 ‘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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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빈 수레가 요란’했던 한국판 ‘블프’
  • 박예슬 기자
  • 승인 2015.10.06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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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직구족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일년 내내 ‘위시 리스트’를 썼다 지웠다 할 정도로 중요한 연례 행사다. 그도 그럴 만한 게 본토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폭은 크게는 90%에 육박할 정도로 ‘화끈’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큰 폭의 할인이 가능한 것은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유통 일정 때문이다. 통상 추수감사절이 끝나는 11월 말 그 해를 마무리하는 ‘창고 덜기’ 차원에서 큰 폭의 세일을 실시한다. 블랙프라이데이와 맞먹는 영국과 호주의 ‘박싱 데이’ 또한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는 12월 26일 한 해의 마무리 세일을 하며 재고를 떤다.

그에 비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그 시기부터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각각 명절 연휴가 지난 후 실시된다는 점만 그대로 벤치마킹해 우리 역시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초부터 세일을 실시하고 있지만, 통상 명절 전에 쇼핑을 하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명절이 끝난 후 굳이 장을 볼 이유가 없다. 여기에 아직 연말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시점이라 재고를 떨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처럼 우리 업계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도입됐다 보니 어설픈 ‘짝퉁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물론 업계의 준비도 미흡했다. 70~90%에 육박하는 원조 블랙 프라이데이의 파격적인 할인율과 비교될 만큼 평균 30%대의 적은 할인율은 기존 가을 정기세일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을 불렀다.

그나마 세일 품목도 이월상품, 식품 등이 다수를 차지해 가격적 메리트가 크게 없는 품목들인 것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번 행사 자체가 미국과 영국의 원조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시장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분위기가 아닌, 정부 주도 하에 인위적으로 도입됐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2차 면세점 특허 등으로 정부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각 유통업계의 경영진들이 독촉을 하면 매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세일을 하니, 당연히 가장 손해를 적게 보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수 활성화는 우리 유통업계의 오랜 과제다. 이번 첫 번째 블랙프라이데이의 한계를 ‘시행착오’삼아, 내년부터는 슬로건만 화려한 ‘관변 행사’가 아닌 소비자가 먼저 알고 찾을 만한 행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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