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퀸 강금실 vs 근혜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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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퀸 강금실 vs 근혜 공주
  •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 승인 200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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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왕의 자리는 누구에게?
거센 강풍(康風)이 한나라당을 날려 버릴 기세다. 강금실 바람이 그만큼 무섭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론이 계속 일고 있다. 물론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외부영입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지만 외부 영입론이 그리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좀처럼 외부 영입론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기존의 맹형규 예비후보(이하 맹 후보)나 홍준표 예비후보(이하 홍 후보)로 강금실 예비후보(이하 강 후보)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맹 후보나 홍 후보를 견제하려는 당내 정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설득력 있는 분석으로 생각된다.

서울시장 자리의 중요성

그리고 외부 영입론이 계속 나오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서울시장이란 자리의 중요함 때문이다. 서울시장을 여당에 내주게 되면 한나라당은 상당한 곤란에 처하게 된다. 지금처럼 여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서울을 여당에 내줬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는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강 후보의 경우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에서는 매우 약간의 차이로 맹 후보나 홍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은 서울에 호남에 연고가 있는 유권자들이 매우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서울의 호남 연고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수의 약 25%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호남의 힘’ 때문에 서울은 여당의 강세 지역으로 꼽혀왔다. 당장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한나라당에 비해 열린우리당이 훨씬 많다. 탄핵 역풍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원래 많은 호남 출신 유권자들 때문에 서울에서는 여당이 유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역대 서울시장을 좀 보자. 민선 첫 번째 서울시장이었던 조순 시장부터 고건 시장까지 주로 지금의 여당계열 인사들이 서울시장을 맡아왔다. 이명박 시장의 경우는 예외인 경우인데 2002년 지방선거 당시 DJ정권 주변의 비리 문제 때문에 이명박 시장이 반사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당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측은 계속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강금실 후보의 전략

강금실 후보 측의 전략은 간단하다. 호남 표 결집과 2030 젊은 세대 표의 결집, 그리고 여성 표의 결집이 핵심 전략일 수 밖 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극히 낮으므로 한나라당의 당 대 당 대결구도는 당연히 염두에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강 후보의 전략은 인물 대결 구도일 수 밖 에 없다.

현재로서는 인물과 인물의 대결로 하면 적어도 강 후보 측은 밀릴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인물로 비교할 때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선거 참여 가능성이 높은 계층에서 밀리고 있다는 문제인데 이런 문제는 호남 유권자들을 잘 끌어내면 해결될 문제다. 그래서 호남 유권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정동영 의장이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2002 지방선거에서는 수도권의 호남 유권자들이 DJ정부의 이런 저런 비리 때문에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2006 지방선거는 다르다.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경제불황 등에 따라 반노 여론이 잠재하고 있다고 해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이 잠잠하게 있고 여당을 호남 출신 대권후보가 이끌고 있으며 그리 대단한 비리 문제도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 후보 측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강 후보 측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즐거운 선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데 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다.

강금실 후보의 강점

강금실 후보의 강점은 일단 강 후보 특유의 좋은 인상이다. 대중은 미남미녀에게는 우호적인 속성이 있다. 일단 강 후보는 미인이기 때문에 다수의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법무장관을 했다는 것, 변호사 출신이며 일류대학 출신이라는 것도 대다수 국민들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또 하나 강 후보의 중요한 강점은 정치권과 그동안 비교적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참신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반면 현재 거명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참신성이란 측면에서는 강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

그리고 강 후보는 여성이기 때문에 서울시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다. 그래서 강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마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 것처럼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여성 표심이 강 후보에게 상당부분 쏠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연희 성풍 논란'은 강 후보에게 있어 대단히 좋은 '먹이감'이다. 강 후보 입장에서는 한나라당과 보수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고심

한편 한나라당 측에서는 강금실 카드에 맞설 인물을 찾느라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나온 카드가 '오세훈 카드'. 그러나 '오세훈 카드'로도 강 후보에 맞선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일단 오세훈 예비 후보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정치권을 떠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다는 점

② 장관을 지낸 강 후보에 비해 인물의 무게가 떨어진다는 점

③ 상대적으로 참신해 보인다는 이미지 외에 별 다른 장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그러나 이런 점만 갖고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할 경우 경선 자체의 흥행성적을 높이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평가다. 원래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이 맹형규와 홍준표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었지만 오세훈이란 새로운 후보가 끼어 들 경우 더욱 경쟁이 재미있어질 것이란 이야기이다.

강 후보의 이벤트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내부 경선이 흥행 성공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나라당 내부 경선이 흐지부지 끝나버리면 경선 이후 정해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별로 이벤트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바로 강 후보와 어려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진땀나는 박근혜

그러나 박근혜 대표 측은 외부인사 영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 장악하는 것이 이명박 시장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박 대표 측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결여된 분석으로 보인다. 박 대표 입장에서도 서울을 내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 측이 외부 인사 영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존 당내 후보만 갖고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굳이 외부에서 후보를 부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특히 친 박으로 여전히 분류되는 맹형규 예비후보의 경우 의원직까지 던진 상황이어서 박 대표 측의 외부 인사 영입 움직임을 막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당 내 후보만 갖고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은 본래 지방선거의 경우 젊은 세대들보다는 기성세대들의 투표 참여가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기인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유권자 계층에서 지지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한나라당의 특성 상 이번 지방선거도 통상적인 형태로만 진행이 된다면 어렵지 않게 강 후보를 당 내 에서 나온 후보로도 얼마든지 꺾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그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박 대표 입장에서는 서울시를 내주면 엄청난 반발에 시달려야 한다. 박 대표의 대선 행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에서 '박풍' 안 불면 박근혜도 낙마할 수도

어떻게 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박근혜 대표와 강금실 후보의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 때문에 반드시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선봉에 나설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강금실 후보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2004 총선의 경우, 박풍이 불어 박근혜 대표를 오늘의 자리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 박풍의 근원지는 영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에서 박풍을 일으켜야 한다. 호남 출신 유권자가 25% 이상이라는 서울에서 말이다. 박 대표에게는 만만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 이외에도 강 후보와의 자존심 싸움에서 결코 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을 수 있다. 사실 강 후보 입장에서는 '이벤트 식으로' 적당히 해도 변명의 여지가 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워낙 낮았다는 점을 패배의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강 후보에게 질 경우 변명할 길이 없다. 엄연히 정당 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현격한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서울은 당연히 가져가야 할 땅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2007 대선의 축소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져야 그 충격 때문에 분발해서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지만 2007년 대선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허덕일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처지다.

2007 대선과 지방선거

다음 2007 대선부터는 한나라당은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처지다. 곧 2007년 대선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치른 대선 가운데 가장 '궁핍'한 처지에서 치르는 대선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2007년 대선에는 19세부터 25세에 이르는 새로운 유권자 층이 유입된다. 지난 2002 대선에서 20대 유권자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아무리 반노정서가 팽배해 있다고 하더라도 20대 젊은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원래 한나라당을 선택했던 기성세대, 고령세대 유권자들이 감소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으로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대선 평가전'을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다면 한나라당은 정권탈환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표는 무너질 수 있다. 박풍으로 일어난 박 대표가 강풍으로 인해 쓰러지는 것이다.

5월 정가는 5월의 여왕, '메이 퀸'인 강금실 후보와 '근혜 공주'와의 팽팽한 대결로 뜨겁게 달아오를 공산이 높다. 강금실 후보가 서울여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한나라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근혜 공주가 사실상 서울여왕의 자리에 앉아 황제테니스 논란 등으로 비틀대는 이명박 시장을 제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지 지켜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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