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준생 두 번 울리는 기업의 ‘채용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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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준생 두 번 울리는 기업의 ‘채용갑질’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5.09.13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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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얼마전 대성그룹 계열사인 대성에너지가 ‘채용갑질’을 벌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약 3개월에 걸쳐 진행한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전형에서 세 차례나 면접을 보고도 지원자 전원을 탈락시킨 것이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대성에너지는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10까지 ‘대졸 신규 직원 10명 안팎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접수를 받았다. 그 결과 총 118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대성에너지는 서류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7일과 5월 28일 각각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나 5월 초 실시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통과한 19명은 대성에너지의 지주사인 서울 대성홀딩스에서 2차 면접에 참여했지만 지난 7월 8일 ‘전원 탈락’이라는 어이없는 결과를 받았다.

또 채용 과정에서 대성그룹 회장이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갑자기 추가하고 그룹 창립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면접 후 3주 동안이나 합격 소식을 기다렸던 지원자들은 결국 온라인에 대성에너지의 부적절한 채용 과정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렸고, 각종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해당 사건이 빠르게 퍼지자 대성에너지 측은 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을 띄웠다. 그러면서 하반기 중 신입사원 특별 채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건으로 이미지가 구겨진 대성에너지에 대한 여론은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대표 기업이자 중견 기업이 면접까지 본 지원자들을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모두 떨어뜨리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 데다 다시 채용 절차를 밟겠다는 것도 비난 여론을 의식한 행위로 밖에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기업들의 이같은 채용갑질이 비단 대성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 채용은 단순한 인력 문제가 아니다. 사회와 지원자들에 대한 약속이다. 정말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이미지보다 윤리적 책임 의식을 먼저 챙겨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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