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경영권 승계 암투설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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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경영권 승계 암투설 추적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3.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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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타계 이후 상속처리 3개월째 표류 왜?
일각 ‘매일유업, 경영권 둘러싼 형제 갈등’ 관측
사측 '지분행방 몰라, 형제들 나눠가졌을수도..'오락가락

▲ 매일유업 고 김복용 명예회장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현대그룹, 대한전선에 이은 또 한명의 미망인 경영자로 나서는 것일까.

지난 1월 타계한 매일유업 김복용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현 매일유업 오너인 김정완 사장의 모친 김인순(71) 부회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김 부회장은 최근 열렸던 매일유업 주총에서 새로운 사내 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참여를 본격화했다.

매일유업 측에서는 이번 인사에 결정에 대해 큰 의미는 없다며 김 부회장이 경영전반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의 시각은 이와는 다르다.

칠순이 넘은 나이의 김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에 입성하는 것은 김 사장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현재 매일유업의 최대주주이지만 친인척이 소유한 총 지분이 이를 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더욱이 김 명예회장이 타계한지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속 지분에 대한 처리 역시 명확히 결정된 것이 없어 이를 둘러싼 형제간 갈등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 일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할 것이 없습니다” 지난 10일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 부회장에 대해 묻자 매일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매일유업 김정완 사장
이후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연결된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할 계획도 없고, 대주주로서의 상징적인 차원에 불과합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김 부회장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업계 안팎의 시각은 이와는 다르다.

이를 회사의 지분 구조, 즉 경영권 내지 후계구도와 연관시키는 것.

고 김복용 회장 지분, 상속문제 처리 왜 늦어지나

김 사장은 선친 생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고, 김 명예회장 타계 다음날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 MBA출신인 김 사장은 선친이 유제품과 음료 등 식품 분야로 일궈온 회사를 이어 받아 육아 포털, 의류, 와인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시키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김 사장은 선친 타계 후 별 무리 없이 후계구도가 안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매일유업의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보인다.

오너인 김 사장은 14.1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고, 이어 김 사장의 동생이자 무역회사인 중경물산 대표 김정민(44) 사장이 5.90%를 보유. 김 부회장은 5.37%를 가지고 있다.

또 김 사장의 둘째 동생이자 식자재 공급회사인 복원 대표 김정석(47) 사장이 4.75%, 매일유업 자회사인 평택물류 대표 김진희(46) 사장은 1.34%, 이모부 정상길씨가 4.9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총 16.97%에 이르러 김 사장의 보유 지분보다 많다.

▲ (주) 상하 김인순 부회장
물론 오너 일가 전체의 지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야 문제가 없지만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간 이해가 상충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김 명예회장 사후 매일유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고 분석하며 경영권과 관련, 오너 일가 내부적으로 잡음이 생겼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명예회장 타계 후 3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지분 5.47%에 대한 상속문제는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

통상 사후 3개월 내에 상속문제를 결정지어야 하기 때문에 시한이 임박한 데 업계에서는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시간을 끌어 왔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신임 이사로 선임된 것은 큰 아들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만약 김 명예회장이 소유한 지분 5.47%를 무난히 김 부회장이 상속받게 되면 김 사장은 경영권을 보다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상속지분 처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가 이후 "글쎄... 아마도 형제들이 각각 나눠가졌을 것이다" 고 얼버무렸다.

한편 업계는 김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매일유업 측은 현재 김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설 일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사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주)상하의 부회장직을 맡아 경영감각을 익혀왔다.

상하는 김 명예회장이 아이디어를 내 매일유업이 100% 투자한 치즈 제조, 판매회사로 치즈에는 매일유업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남편 생전에 함께 현장을 다니며 고급 자연치즈 ‘까망베르’ 개발에 앞장서는 등 일정부분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때문에 김 부회장의 이사 선임이 경영권과는 무관하다는 매일유업의 설명은 별로 설득력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이번에 신규 선임된 이사 가운데 (주)상하에서 관리이사를 지낸 남상수씨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김 부회장과 남상수씨의 이사 선임이 동시에 이루어 진 것은 김 부회장의 경영 참여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

이에 매일유업 관계자는 “남상수씨는 과거 매일유업의 기획이사로 재직하다 상하로 옮겨갔는데 매일유업의 기획이사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어 다시 오게 된 것이다” 면서 일각의 추측을 부인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오너인 김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경영에 나설 일은 없을 것” 이라면서도 “나중에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건 그때 가서 밝히면 될 일이다” 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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