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 사흘째 ‘이례적 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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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회담, 사흘째 ‘이례적 강행군’
  • 이창원 기자
  • 승인 2015.08.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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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지뢰사건‧포격도발 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 vs 北 “자신들의 소행 아니야,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접점 찾지 못해…사전 실무 접촉 없어 조율없이 시작된 것도

[매일일보 이창원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사흘째 강행군을 이어갔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양측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대표단은 22일 오후 6시 30분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대화를 시작해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밤을 새워 협상을 한 후 약 11시간 동안 정회했다.

이후 남북 대표단은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다시 접촉하고, 24일 오후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남측 대표단은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측 대표단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입장 차가 크고, 양측의 협상의지가 강해 밤샘 마라톤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회담에서 밤샘협상은 늘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밤을 새워가며 논의에 임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3년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해 같은 해 7월 열린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과, 9월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가 각각 16시간, 20시간이 소요된 밤샘협상으로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번 회담처럼 밤샘협상이 30시간 이상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는 통상 남북 고위급 회담은 사전 실무접촉을 거치지만, 이번 회담은 북측의 포격도발과 경고성 포격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의 상황 속에서 아무런 조율 없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김 안보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 실무를 직접 협의함으로 인해서 이례적인 ‘강행군 회담’이 된 것이다.

이렇듯 남북간 회담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한 역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 70대 가까운 사람들이 장시간 협상을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적 충돌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국제정치에서 반드시 회피해야 할 상황이긴 하지만 양쪽 다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충돌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가게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전 원장은 “여기서 결판이 나지 않으면 총리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겠나. 여기서 뭔가 타협을 해서 큰 회담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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