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험사 지급계좌 허용’, 소비자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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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험사 지급계좌 허용’, 소비자는 어디에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5.08.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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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지난 3월 정부가 보험사 지급계좌를 일부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5개월여가 넘도록 구체적인 내용조차 나오지 않은 채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금융 당국과 보험사, 은행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처럼 보험사 계좌에 고객들이 직접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보험사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정책을 정부 경제정책에 포함시키며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다소 ‘신중’해진 모양이다.

결제계좌가 허용되면 보험사는 자금이체 수수료 부담이 해소되고, 고객은 보험계좌에서 보험료를 이체하고 이를 통해 보험금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받거나 보험금을 줄 때 은행 계좌를 통해야하기 때문에 은행에 자금 이체 수수료를 준다. 이 비용이 지난해 1695억원, 2013년 1616억원 등 매년 1600억원대에 이른다.

공격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은행권과는 달리 뜻밖에도 보험업계는 망설이는 모습이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이 구축한 지급결제망 가입에 들어가는 비용문제를 놓고 양측이 주장하는 가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9년 개인고객에 한해 지급결제가 허용된 증권사 25곳이 금융결제원 가입비로 쓴 돈은 3000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결제업무를 영위하는 업계가 보험사들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어  가격문제만 해결되면 허용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어찌 됐건 국민들에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주무부처가 업계와 협의나 중재 및 조율 등도 소홀히 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내놨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험사 계좌에서도 다른 금융계좌로 이체하거나 보험료 결제, 자동이체, 공과금 납부 등은 물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활용, 현금 입출금을 할 수 있다면 보험소비자의 편익이 크게 제고되는 것은 사실이다.

보험사가 은행 수수료를 아끼면 보험료 인하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특별참가금, 전산망 이용료 등 추가 비용이 더 크면 소비자의 부담만 커질 수도 있다.

업권과 당국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양측이 머리를 맞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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