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인력 부족…병원은 모성보호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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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인력 부족…병원은 모성보호 사각지대”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5.08.19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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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야간근로 13.8%, 유사산 9.8%, 인력부족 인한 임신순번제 11.1%
보건노조, 병원 여성노동자 20-30대 기혼여성 3745명 조사결과 충격적

[매일일보] 여성근로자가 대부분이어서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으로 꼽히는 보건의료 사업장은 어느 사업장보다도 더 모성보호가 필요하지만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 권리는 너무나 취약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은 국가의 출산장려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법 개정으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노조 조사에 ᄄᆞ르면 병원노동자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제는 고사하고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임신부의 야간근로 유경험이 13.8%(간호사 17.1%, 비간호사 6.1%), 출산후 조기복귀 유경험 1.6%(간호사 1.6%, 비간호사 1.6%)로 나타났다.

특히 근무환경 위험으로 인해 임신한 여성노동자 중 유·사산을 경험한 비율이 9.8%나 되었으며(간호사 10.1%, 비간호사 9.3%), 난임이나 불임의 유경험도 5.5%(간호사 6.0%, 비간호사 4.4%)로 조사되었다.

병원인력 부족으로 가임기에 있는 간호사들이 임신의 순번을 정하는 <임신순번제>도 11.1%로 여전히 높게 조사되었다. 

이러한 임신순번제의 경우는 주로 병동이나 수술실에서 주로 발생하며 부서장의 지시 하에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하게 될 경우, 근무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직무스트레스 증가로 타 부서로 이동하는 사례도 발생하였다.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가임기 여성노동자가 원치 않는 피임으로 임신시기를 조절하는 사례도 5.9%(간호사 6.9%, 비간호사 3.5%)로 나타났다.

한편 병원사업장의 모성보호와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생리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비율 또한 타 사업장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육아휴직 대상자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 44.1%, 공공병원이 52.1%, 민간병원 40.9%로 공공병원에서의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 인력부족으로 동료에게 불편을 끼칠까봐 사용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21.5%, △병원분위기상 신청할 수 없다는 답변이 28.0%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보건의료 여성노동자의 임산부 보호 및 모성보호가 이토록 취약한 것은 인력부족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중 간호사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은 13.8%에 불과하며, OECD 국가들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이 9.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4.8명으로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부족한 병원인력 문제는 숙련도가 높은 젊은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의 부담으로 병원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3년 2월 현재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간호사수는 29만 4599명인데 비해 실제 의료기관 근무자는 12만 936명(면허보유 대비 41.05%)으로서 유휴간호사 비율이 높다.

보건노조는 “정부가 병원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과 유휴간호사 재취업 장려를 위해 시간선택제, 야간전담제 등을 내놓고 있지만, 간호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이 전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실패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정부가 내놓는 출산장려정책 또한 병원사업장의 여성노동자에게는 실효성 없는 속빈강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보건노조는 “2014년 9월 25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노동자가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매일 연장근무를 해야 하고, 노동량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임신부라 해도 동료에게 업무를 전가시키는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노조는 “더군다나 병원은 24시간 3교대 근무로 운영되는데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협업과 인수인계가 필요한데 임신부의 하루 2시간 단축근무는 이런 특성에 부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병원특성에 맞는 근무형태와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어야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병원사업장에서도 실효성 있게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보건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 보장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한 대체인력 보충 △수유⦁탁아 등 육아에 필요한 보육지원시설 의무적 설치 △여성노동자의 생리적 문제에 따른 건강권 확보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정착 △모성보호 관련 근로기준법 위반사례 조사와 시정을 위한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보건노조는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인 병원에서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인력확충’이다”라며 “병원현장에 맞는 포괄간호서비스의 올바른 정착과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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