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수저’에 대한 이유있는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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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수저’에 대한 이유있는 반감
  • 박예슬 기자
  • 승인 2015.08.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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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또다시 ‘반재벌 정서’가 최고조에 달했다. 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싸움’으로 피로해진 국민 앞에, 이번에는 영화 속 재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 기업 사장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당시에도 사회 각계가 조 전 부사장의 사건을 계기로 재벌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일 년여가 지난 현재도 달라진 게 별로 없이 재벌들의 부끄러운 모습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순환출자 금지 등 강력한 대기업 규제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법안이 재계의 엄청난 반발에 가로막혀 국회에서 사라지거나, 이런저런 수정을 거쳐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 반재벌, 반기업 정서는 점점 더 심해졌다. 올해 들어서는 태생적으로 ‘부’를 물려받은 특권계층을 말하는 ‘금수저’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이에 반대되는 서민들의 처지는 ‘흙수저’라는 자학적 단어로 표현되고 있다.

양극화의 현실에 분노하다 못해, ‘자본 신분사회’를 체념하듯 내재화하고 있는 국민의 모습을 보여 주는 씁쓸한 단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 반재벌 정서를 단순히 ‘있는 자들’에 대한 ‘시기’ 정도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고도성장 시기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재벌 기업들은 현재의 ‘선진’ 한국을 만들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여러 부작용도 낳았다.

그나마 ‘재벌 1세대’인 창업주들의 경우 한 개인으로서는 밑바닥부터 철저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와 손주뻘인 ‘재벌 2·3세’ 시대에 들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범한 삶’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의 도덕성과 특권의식은 여러 차례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가장 중요한 ‘경영능력’조차도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벌 3·4세 현직 경영자들의 경영능력을 100점 만점으로 매긴 결과, 평균 점수는 ‘낙제’ 수준인 35점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 기업 총수들의 경영능력이 낙제점이라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재벌 개혁이 단행돼야 하는 이유다.

그간 ‘불경기’를 앞세운 기업의 반발을 핑계로 미뤄 온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할 절호의 시기다. 단순한 ‘기업 때리기’가 아닌, 능력과 노력에 따라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참된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당국과 시민들의 감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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