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도 용(龍)이다
상태바
‘김덕룡’도 용(龍)이다
  • 곽호성 정치전문기자
  • 승인 2006.03.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남 출신 DR, 대선후보 경선 출마 고민중

[매일일보=곽호성 기자] 호남에 단 하나의 한나라당 의석이 없는 것처럼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호남에 연고를 갖고 있는 의원들의 수는 극히 소수다. 김덕룡, 심재철, 이종구, 정두언 의원 정도가 호남에 연고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이고 전국구를 보면 김애실, 배일도, 문희 의원 정도가 호남에 연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위에서 본 것처럼 한나라당 내부에서 호남세가 너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세월 동안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얼마나 지지를 얻어왔을까?

호남에서 버림받은 한나라당

8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호남에서 9.61%의 지지를 받았다. 이럭저럭 반올림하면 10% 지지를 받은 셈, 그러나 92년 김영삼 후보의 경우 불과 4.23%의 지지를 받았다. 이어 97년 이회창 후보는 3.27%, 2002년 이회창 후보는 4.87%의 지를 받는데 그쳤다.

87년 대선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그나마 1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그때 당시 호남 출신 고관들이 민정당에 제법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리고 당시의 투표 관행상 아무리 호남이라고 해도 여당에 ‘어느 정도’의 표는 보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87년 당시만 해도 선거구도가 지역주의 대결구도보다 오히려 단순한 반공-안정희구세력 대 민주화세력의 대결구도에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할 때 87년 대선에서의 호남의 노태우 후보 지지율이 이해가 된다. 물론 87년 대선까지만 해도 호남지역에서 민정당 출신 국회의원 지역구가 제법 있었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대결이 벌어지면서 대통령 선거구도가 호남 대 비 호남의 대결로 굳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타 지역 사람’인 김영삼 후보는 호남에서 많은 표를 받을 수 없었음이 당연했다. 이런 구도는 97년, 2002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영남당’인 한나라당에 호남 유권자들이 표를 줄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에게 호남 유권자들이 쏠린 이유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2002년 대선에서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에게 호남 유권자들이 몰표를 던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호남 유권자들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곤 노무현 후보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호남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할 수 있었다.

호남 유권자들 입장에서 볼 때 한나라당의 집권은 말할 수 없는 악몽이다.호남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집권을 바라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래에서 거명되는 이유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①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대표되는 호남의 ‘한’이 한나라당을 선택하기 어렵 게 만든다

② ‘영남당’인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대대적인 정치보복은 물론이고 호남 출신 인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보고 호남 지역개발이 더욱 지연될 가 능성이 크다. 영남 우선 정책을 집권한 한나라당이 펼 가능성이 높기 때 문이다. 한마디로 호남은 더욱 가난해 지고 영남은 더욱 부유해질 것이 란 이야기이다.

③ 호남 유권자들과 영남 유권자들의 성향이 다르다. 호남 유권자들이 영남 유권자들보다 진보적이다.

④ 노무현 후보 측에는 호남에 연고가 있는 이들이 많으나 한나라당 측에 는 연고가 있는 이들이 적고 권력도 약하다.

대략 이런 정도의 이유로 2002년 당시 호남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고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 외의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겠지만 대략 위에 정리된 이야기들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박근혜, 이명박도 호남에서는 ‘꽝’

요즘 참여정부의 지지도가 워낙 낮은 까닭에 한나라당이 제법 잘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호남은 ‘한나라당 반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 고건 전 총리가 높은 지지도를 갖고 이명박 시장과 1-2위를 다투고 있는 이유를 호남세 결집에서 찾고 있다. 그러니까 뚜렷한 갈 곳을 찾지 못한 호남 표심이 고건 전 총리 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뒤집어 말하면 반 한나라 세력의 대표주자가 고건 전 총리가 아닌 다른 정치인으로 바뀔 경우 호남은 역시 그 다른 정치인을 선택할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반 한나라세력은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단결할 것이 뻔한데 그래서 고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 주변을 서성거리며 ‘반 한나라 연합’의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 집권이 떨떠름한 것은 충청권 민심도 마찬가지다. 물론 최근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충청권에서 많이 당선이 되긴 했지만 대선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는 대선을 지켜봐야 안다. 97년 대선에서 DJ-JP공조를 통해 충청권이 반 한나라 세력의 영향권으로 들어 간 이후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공약’으로 충남 예산이 고향임을 내세운 이회창 후보의 충청권 바람을 잠재웠다.

그리고 난 뒤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이 충청권을 사실상 장악하며 충청권이 완전히 반 한나라 세력의 기반으로 자리잡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참여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충청권 민심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국민중심당이 등장하긴 했으나 역시 큰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중심당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만한 힘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국민중심당이 충청지역에서 후보를 내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경우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보다는 한나라당이 더 타격이 클 것이란 이야기이다.

충청권 민심과 한나라당의 고심

현실적으로 국민중심당은 자민련의 후신이나 마찬가지고 주요 지지층이 50대 이상의 기성세대 중심이기 때문에 충청권 선거를 준비하는 한나라당 입장으로서는 성가신 존재다. 당장 최연희 의원 성추행 파문 등으로 한나라당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충청권에서 ‘국민중심당’이 한나라당의 표를 갉아먹는다는 것은 곧 열린우리당의 어부지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7 대선에서 과연 충청권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당장 눈 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민심은 어떤 선택을 할까? 결국 충청권 민심은 자신들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편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제 2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 같은 것을 던져놓는 편의 손을 들어 줄 것이란 이야기이다.

결국 이는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근심거리다. 충청권 비위를 맞추려니 충청권에 무엇을 내줘야 할지 모르겠고, 또 막상 ‘선물’을 내놓기도 아까운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에서 지지를 얻어 대권을 찾아오려면 충청권에 큼지막한 ‘선물’을 줘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열린우리당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도 역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것이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정권을 빼앗기면 한나라당의 무서운 보복을 받게 될 것이므로 무조건 한나라당보다 더 준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2007년 대선에서 충청권 판세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2007 대선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나라당은 난감해 진다. 충청권에서의 필승이 불투명하다면 어디에선가 표를 더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20-30대 젊은이들에게서 표를 더 얻어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노사모는 죽지 않았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관계로 노사모가 잠잠하지만 여전히 노사모는 살아있다. 지금도 살아있는 노사모는 2007년 대선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 뻔하다. 대략 1만여명으로 추정되는 노사모 열성 회원들은 2007년 대선에서도 반 한나라 세력의 승리를 위해 온 몸을 바칠 것이다. 2007년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곧 그들이 이뤄놓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신화가 퇴색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들 노사모가 버티고 있는 한 한나라당의 2030 세대 장악은 무척 힘든 일이다.

노사모의 파워는 1:1 맨투맨 식 선거운동 능력이다. 마치 전쟁에서의 게릴라들처럼 휴대폰과 메신저 등의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인다. 이들은 아주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자력으로 문화 이벤트를 만들어 즐겁게 선거운동을 한다. 이들의 위력은 ‘오마이뉴스’로 대표되는 반 한나라 정보매체와 결합되면 더욱 강해진다. 오마이뉴스가 어떤 사안을 톱 기사로 올리면 이 기사는 노사모와 반 한나라 네티즌들의 손에 의해 국민적 아젠다로 부상한다.

정리하면 1만 열성 노사모가 일 인당 수십 명씩 설득을 해내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차는 불과 60만 표 정도였다. 즉, 그 60만표의 차이는 1만 열성 노사모가 만들어 냈다고 봐도 될 정도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노사모’ 같은 조직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과연 노사모 같은 조직을 가질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노사모’ 같은 조직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부터 이야기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호남의 화해

한의학에서 침을 놓을 때 간혹 통증이 있는 부위와는 전혀 다른 곳에 침을 꽂는 것을 종종 본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노사모 같은 조직을 갖기 위해서는 호남과의 화해가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물론 한나라당에도 박사모 같은 열성 팬클럽 조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노사모의 크기와는 아직 비교가 안된다. 박사모는 다음카페 회원수로 비교해 볼 때 대략 4만여명 남짓이다. 그렇지만 노사모는 10만에 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성 회원 수인데 박사모의 열성 회원 수는 노사모의 1만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더군다나 박사모 안팎의 상황을 지켜보면 최근 박근혜 대표의 지지율이 이명박 서울시장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박사모 내부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점이 포착되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한나라당 내부의 열성 팬클럽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팬클럽 회원으로 가입할 자원 자체가 늘어나야 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호남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이 생기면 한나라당 내부의 열성 팬클럽의 덩치가 자연스럽게 커진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현재 4만여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박사모 같은 조직이 최소한 5만 이상으로 어렵지 않게 자랄 수 있다는 이야기아다. 그리고 호남과의 완전한 화해를 통해 과거사를 털어버리면 2030 젊은세대 가운데 제법 많은 수의 한나라당 지지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젊은이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시 강조하면 현재 단순히 한나라당이 싫거나 한나라당을 선택할 수 없어서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을 선택하는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 한나라당의 힘은 더욱 커진다. 가령 예전에 있었던 사학법 반대집회의 경우 호남 유권자들 가운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나있는 상황이었다면 더 많은 인파가 몰렸을 것이다.

‘반 한나라 연합 파괴’가 한나라당 대권 승리의 길

이제 우리는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 무엇인지 대강 알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호남과 화해하는 것이고 그 호남과의 완전한 화해는 곧 ‘반 한나라 연합’의 붕괴를 의미한다. 반 한나라 연합의 붕괴는 곧 열린우리당과 중도-진보진영의 대선 패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야 반 한나라 연합을 부술 수 있을까?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내면 된다. 그럼 한나라당 내부에서 가장 대통령 후보에 가까이 있는 정치인은 누구일까? 바로 DR(김덕룡 의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호남 대통령’은 엄청난 기쁨이고 자랑이다. 한나라당이 호남과 확실히 화해하는 특약은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내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호남지역, 특히 DR의 연고가 있는 전북에서 득표의 분산이 이뤄진다. 한마디로 반 한나라 세력의 표를 DR이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DR은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의사가 있을까? DR의 한 측근은 기자의 질문에 ‘아직은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이야기인데 이 말은 곧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DR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는 DR의 여건이나 한나라당 내부 역학 구도와 관계가 높다. 한마디로 DR이 경선에 출마할 여건이 무르익을 경우 DR이 나타날 수 도 있지만 나서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경우 출마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분석된다.

그리고 DR의 측근은 ‘호남 출신인 DR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의 대권 탈환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지 않겠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존 한나라당 표는 어차피 DR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니 열린우리당의 허를 찌를 수 있어 좋다’라고 동의했다.

얼른 이론적으로 생각할 때 한나라당의 2007년 대선 필승 카드는 DR임에 틀림없다. DR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 호남 표심의 분열은 너무나 뻔하다. 이는 전북지역 자체의 표심 뿐만 아니라 수도권이나 기타 지역에 거주하는 호남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여당 측 후보가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상당히 큰 상황에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DR이 나온다면 적지 않은 수의 호남 유권자들, 특히 DR의 고향인 전북지역 유권자들 가운데 일부는 ‘반란’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아직 안개 속이다. 물론 열린우리당이 사라지고 또 다른 이름의 반 한나라 정당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당에서 호남 출신 정치인이 반 한나라 연합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지난 2002 대선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가 영남에서 상당한 표를 끌어와 한나라당을 이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반 한나라 연합 유권자들이 기억하고 있다면 2007 대선에서도 영남 출신 후보를 반 한나라 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의 주가 향방을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듯 변화무쌍한 정치 세계 역시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2007년 대선에서 과연 한나라당에 호남 출신 대통령 후보가 등장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알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