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상잔’ 롯데家...신격호 총괄회장의 속내는?
상태바
‘골육상잔’ 롯데家...신격호 총괄회장의 속내는?
  • 황동진
  • 승인 2015.08.02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정에의 호소 아닌 한일 롯데 실적이 승패 가르는 최종 열쇠될 듯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롯데복지재단 신영자 이사장(맨 왼쪽)이 지난달 28일 오후 휠체어에 탄 신 총괄회장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재계 5위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창업주인 신격호(93) 총괄회장이 장남과 차남 둘 중에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신 총괄회장은 당초 차남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으로 예측돼 왔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2013년부터 한국롯데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롯데제과 등 계열사 지분을 조금씩 확보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형제의 난’을 겪은 신 총괄회장은 그룹의 후계자로 철저히 성과주의를 천명해왔다. 한때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를 맛보며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린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역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각종 특혜 의혹과 고도제한 등에 발목이 묶여 표류해오던 서울 송파 ‘제2 롯데월드’ 건축허가 타결을 비롯해 김포 롯데몰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으며, ‘롯데는 내수기업’이란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일부 성과를 냈다.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신 총괄회장은 갓 스무살이 되던 해인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 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이후 평소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 본 한 일본인의 투자로 1944년 커팅오일 제조공장을 설립하면서 기업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다시 건너온 건 1965년 한·일 수교로 한국 투자에 길이 열리면서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현재 자산총액 기준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일궈냈다.

재계 한 전문가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견지명과 사업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가진 기업가”라고 평가하면서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도 신 총괄회장의 경영 마인드와 실적이 부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차남을 내정했지만, 혈육인 장남에게도 한번 더 기회를 주려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신동주 전 부회장 부부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묵고 있는 숙소 문 앞에서 10여일간 석고대죄 한 것이 아버지의 마음을 동요시킨 주된 요인인 것으로 지목한다.

재계 전문가는 “신 총괄회장도 아우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등 과거 친형제간 크고 작은 분쟁을 겪은 바 있어 자신의 자녀들마저 골육상잔을 겪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바람과 달리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롯데가 왕자의 난은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필 서명이 담겨있는 임명장을 공개한 데 이어 신 총괄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모두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법적 효력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신 전 부회장은 ‘중국사업 1조원 손실’ 주장을 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총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전문가는 “결국 ‘감정에의 호소’보다 ‘실적’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사진들의 판단을 가르는 최종 열쇠가 될 듯하다”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