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는 그저 소모품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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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는 그저 소모품 입니까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7.2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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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창성 기자

[매일일보 김창성 기자]“어쩌겠어, 우린 그냥 소모품인데. 우리 없어도 오겠다는 사람 많아서 아쉬울 게 없으니 막 부리는 거지”

국내 한 중견 기업의 베트남 지사에 근무하는 친구와 건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최근 사석에서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그들은 충분히 회사 측에 문제를 제기해서 개선시켜 볼 만한 어떤 사안에 대해 “그냥 순응하며 사는 게 편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 대표이사의 말이 곧 법으로 통하는 정부 공무원과 일반 기업의 직원들 대부분은 이 같은 말에 일정부분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맘에 들지 않아도, 이건 아닌 것 같아도 내가 속한 집단의 안위를 챙겨야 하는 숙명과 같은 내 일상에는 언제나 상사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나를 보게 된다.

화가 나도, 이해가 안가도 조금만 돌이켜 보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매달 태산과 같은 빚을 갚아야 하는 보잘 것 없는 내 일상이 애처로울 뿐일 것이다.

간혹 그런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히려 들면 “너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유독 길거리에서 집회를 여는 무리를 많이 목격했다. 이동통신사 영업정지로 피해를 봤다는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와 위기에 몰렸던 팬택 하청업체 직원들,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조 직원들.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인 이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졌던 가혹한 잣대와 부당한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며 추위와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공농성과 노숙 투쟁 등을 벌였다.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의 벽은 높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그들이 흘린 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간절하고 소중했을 것이다.

현실을 바꾸려들면 오히려 더 잔혹하고 고단한 현실과 마주할 것을 아는 대부분의 우리들,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 다는걸 알기에 때로는 순응하면서도 때로는 당당히 맞서려 하는 용감한 어느 우리들, 그들이 흘린 오늘의 땀들이 언젠가는 그만큼의 가치 있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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