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름 휴가철, 불법 펜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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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름 휴가철, 불법 펜션 ‘유감’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7.1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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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직장인 A씨는 여름휴가를 맞아 지난 주말 친구들과 서울 근교의 펜션을 이용했다 큰 낭패를 봤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계약한 펜션인데도 불구하고, 펜션의 방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은 것이다.

특별한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불의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이처럼 펜션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군다나 A씨가 계약한 펜션은 누가 봐도 일반 상가 건물의 3층에 가정집처럼 꾸며놓고 민박 영업을 하는 불법 펜션이었다.

정식 펜션을 잡아 휴가를 보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이미 웬만큼 괜찮은 펜션은 남은 자리가 없고, 친구들과의 휴가 일정을 맞추려면 시간도 빠듯했기에 일단 가까운 곳의 펜션을 급하게 예약했다며 A씨는 아쉬워했다.

매년 다가오는 여름휴가철에 맞춰 올해도 여전히 불법 펜션 영업이 극성을 이루고 있다. 집주인들이 일명 성수기 대목철을 맞아 원래 펜션 용도가 아닌 건물을 불법 개조해 한철 장사에 나서면서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렇게 허가받지 않은 불법 펜션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급하게 민박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다 보니 안전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건물을 펜션으로 운영하려면 일단 해당 관청에 정식 숙박업소로 신고 후 허가를 취득하고, 농어촌정비법의 ‘민박법’에 의거해 1실당 수동식 소화기 1조 이상을 반드시 구비하고 객실마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는 등 소방시설 의무규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런 해당 규정을 따르지 않고 불법 펜션을 운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관청의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다. 경기도에 등록된 정식 민박 시설은 총 2336곳이지만 경찰은 도내 가평군내 한 지역에만 펜션 등 유사 시설이 최소 3000여 곳 이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정식 펜션으로 등록된 업체들이라고 하더라도 규제 완화를 위해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되면 허가를 내주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그 절대적 수가 늘어난 상태”라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가진 관청 입장에서 세세한 관리 감독 및 규제를 하기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허술한 펜션을 이용하다 각종 안전사고로 귀중한 인명이 희생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엔 허가받지 않은 미등록 강화도 불법 펜션에서 화재 사고가 일어나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식 펜션 건물로 등록만 됐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월 부산외국어대의 신입생 오티 중 건물이 붕괴해 10명의 사망자와 1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의 경우 해당 관청에 정식으로 허가받은 시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역시 등록 당시의 허술한 인허가 과정과 2009년 완공 이후 단 한번도 안전 진단을 받지 않는 등의 규제 감독 소홀 문제가 겹치면서 결국 10명의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회는 멀리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벌어진 상품백화점 참사에서부터 가까이는 지난해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까지 일명 ‘원가절감’을 위해 안전을 무시하다 수많은 사회적 댓가를 치뤘다.

그러나 올 여름 휴가철에도 여전히 펜션 시설의 불법 운영 관행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진정으로 불법 펜션 운영이 ‘근절’되기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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