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트머스가 된 금융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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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리트머스가 된 금융연수원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7.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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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나은 경제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흐지부지 끝나면서 금융감독원이나 신한금융그룹 최고위층 관련 인사들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시민단체가 해당 인사들을 경남기업에 대한 부당 특혜 제공으로 고발한 건은 이제 막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상태라지만, 우리는 어쩌면 이미 결말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쳤건 실망했건 이렇게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남기업 사태를 한때의 ‘헤프닝’으로 잊어가고 있는 와중, 금융연수원은 고요하지만 격렬하게 이번 경남사태에 대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금융연수원의 원장 임기는 올 4월 25일로 종료됐다. 그러나 후임원장이 선임되지 않아 임기가 지난 원장이 3개월째 임시로 집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의 말을 빌자면 ‘초유의 비정상적인 사태’인 셈이다.

진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누군가 조영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길한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 그는 꽤 오래전부터 차기 금융연수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어 온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조 전 부원장은 경남기업에 700억원의 특혜 대출을 제공하도록 압력을 행사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관련 증거 불충분으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가 경남기업 부당대출을 지시한 성완종 게이트의 핵심인물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그간 금융연수원 고위직 자리는 금감원 출신 낙하산들의 전유물처럼 활용되어 온게 사실이지만, 금융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수사까지 받은 인물에게 자리를 챙겨주려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연수원 노조는 사원기관 대표자들을 상대로 호소문까지 작성하며 제대로 된 원장 후보가 나타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노조 측은 호소문을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 경영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후임 원장으로 조속히 선임했으면 한다”며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현 원장이 안정적으로 연수원을 경영할 수 있도록 유임이나 임기연장의 방안도 고려해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 전 부원장이 수장자리에 앉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금융연수원 원장 선임을 두고 벌어지는 ‘인사 눈치싸움’에 눈길이 가는 것은 우선은 잊혀져가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인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번 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져온 관피아 척결 관련 논의의 성과를 가늠해보는 리트머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미 수많은 ‘하나’를 봐 왔고, 또 실망해 왔지만 이번만은 어떨까. 전문성과 도덕성, 경영능력을 갖춘 적임자가 어쩐지 ‘씨가 마른 듯’한 최근 몇 년간의 각종 인사를 보고 있자면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기대는 거두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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