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때 그때 바뀌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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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때 그때 바뀌는 정책’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5.07.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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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냉각되고 있는 여행시장의 회복과 한국관광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관광안심보험을 시행하겠다”

지난 22일 정부가 야심차게 메르스안심보험을 출시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계를 돕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메르스 관련 관광업계 지원 및 대응방안’을 발표한지 1주일만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오는 9월21일까지 3개월간 입국과 동시에 자동으로 메르스안심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시장성 부족과 통계 기반이 부실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보험기간도 3개월 단기에 그쳐 정부와 보험사가 상품을 급조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처럼 정책성 보험의 상당수가 정부의 ‘코드’에 맞추느라 정교한 상품 설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실제 판매 실적도 저조하다.

지난해 카드 3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사기 보상보험을 출시하도록 각 보험사에 지시했으나 이 상품의 판매 실적은 30건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같은 해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4대악(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보험’도 출시 후 6월 말 현재까지 한 건도 팔리지 않았다. 지난해 말 출시를 계획했던 난임보험(불임부부를 위한 보험)은 손해율과 보험심사 등의 어려움으로 결국 계획 1년 여 만에 무산됐다.

이밖에도 이명박 정부 당시 출시된 ‘자전거 보험’은 지난 2009년 나온 직후 1만6000여 건 판매됐지만 매년 판매 실적이 줄어 지난해에는 2884건에 그쳤다. 판매를 중단한 손보사도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를 꿈꾼다는 정부가 ‘과시성 성과’만을 의식해 매번 새로운 형태의 정책성 보험을 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험료를 지원해 주거나 일정규모 이상의 손해액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정책성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보험의 경우 전체 보험 산업의 손실이 일정금액 이상(1억 달러)일 경우에 정부기금이 지급되며 보상한도는 정부와 보험사 손실을 합산해 1년에 1000억 달러다. 보험사들은 기업성 재물보험 경과보험료 20%를 자기부담금액으로 설정하고 보유수준 이상으로 손실분담비율을 정했다.

이처럼 공적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기 보단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섣부른 판단에 정책성 보험을 출시하기 보단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험 출시 뒤에도 꼼꼼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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