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약업계, ‘대국민 이미지’ 쇄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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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약업계, ‘대국민 이미지’ 쇄신하려면
  • 박예슬 기자
  • 승인 2015.06.30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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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박예슬 기자.

[매일일보 박예슬 기자] 끝을 모를 것 같았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동도 어느덧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메르스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가 다 아물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제약업계도 메르스 때문에 만만치 않은 상처를 입었다. 신종플루, 사스 등 각종 전염병이 돌면 흔히 의약업계는 ‘특수’를 보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메르스 앞에 제약업계는 울상이다.

주요 대형병원들에서 잇따라 메르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당장 병원의 처방수가 폭락하고, 인근 문전약국까지도 파리를 날리고 있는 상태인 탓이다. 특히 6월 매출이 반영되는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매출 하락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뛰어들기 시작한 메르스 백신 개발에 우리 제약업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제약사들이 ‘메르스의 공포’에 질린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판매하는 정도였다.

몇몇 중소 제약사들이 관련 백신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소위 ‘상위사’라고 하는 곳들은 감감무소식이다. 실제로 메르스 유행이 한창이던 당시 국내 제약사 수 곳에 메르스 및 관련 치료제 개발상황을 문의했지만, 단 한 곳도 개발을 염두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돈이 안 돼서’다.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 대비 당장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특정 질병이 유행한다고 해서 바로 그 백신을 개발할 수는 없다는 게 주요 제약사들의 설명이다.

물론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은 신규 질병의 치료약을 개발한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울 만하다. 개발에 나선다 해도 백신 연구 특성상 성과로 드러나기까지는 기본 10여년 이상이 걸려 질병에 대한 즉각적 대처도 어려울 것이다.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산업의 본분은 약을 개발해 질병에 맞서는 일이다. 전 세계 백신시장의 대세를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제약업계의 소극적인 반응이 아쉬운 지점이다.

다행인 건 최근 국내 제약업계가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랜 악습으로 지적돼오던 ‘리베이트’ 비용이 줄어들면서 이 금액을 연구개발에 쏟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최근에는 주요 제약사를 중심으로 해외에 독자적 기술을 수출하는 등 연구개발 증가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우리 제약업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과거에 비해 많이 올랐으나,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최근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산업’ 등 부정적인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고, 긍정적 인식을 주고자 개발시설 등을 일반에 공개하는 ‘오픈하우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진정으로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기를 원한다면, 낯선 병마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국민을 치유하는 ‘본분’에 충실한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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