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을 말한다 - 2
“사재 환원, 국민에게 뿌리는 로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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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을 말한다 - 2
“사재 환원, 국민에게 뿌리는 로비자금”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6.0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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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선 “비리 무마용 사회환원, 가진자의 오만함 극치

[매일일보=김호준 기자]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그룹이 편법상속과 불법 정치자금제공 의혹 등으로 불거진 ‘反삼성’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8천억원이라는 거액을 사회공헌자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삼성의 사회환원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미지개선 노력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한 채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 회장 소환을 무마하기 위해 고육직책으로 8천억원 사회환원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일가의 개인재산 3천5백억원과 장학재단 기금 4천5백억원을 모두 합친 8천억원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은 물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443억원의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삼성전자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해 제기했던 헌법소원도 취하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조정본부의 기능도 미래 지향적으로 축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이러한 행보는 불법 대선 자금 제공, 편법 상속, 안기부 X파일 파문 등 일련의 사회적 논란을 완화시키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같은 입장발표는 현재 국내에서 확산된 反삼성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절박함이 묻어난다고 볼 수 있다.

국가대표기업의 오만함

이와 관련, 사회빈곤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삼성은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이다”고 전제하고, “국가대표기업이라고 불리는 삼성의 비리행위 무마책으로 8천억 사회환원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은 가진 자의 오만함의 극캇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8천억 중에는 이미 4년 전인 2002년에 설립된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기금 4천500억원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에 이 회장 일가가 새로 내놓는 사재는 정확하게 말해서 3천500억원이다. 그나마 이 돈도 이 회장 자녀들이 계열사 주식을 헐값 인수해 얻은 이득 1천300억원과 세상을 뜬 이윤형(이 회장 막내 딸)씨 재산 등 가족들이 내놓는 2천200억원을 포함한 액수다”고 설명했다.

유 국장은 “다시 말해서 순(純)신규 출연금은 8천억 중 2천200억이라는 얘기가 된다”면서 “8천억 사회환원이라는 대문짝만한 제목은 3.6배나 부풀린 엉터리 과대포장이다. 8천억이라는 돈이 어디에서 나왔겠느냐? 그간 저지른 불법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또 “(이 회장 일가가) 내어놓는 금액은 당연히 내어 놓아야할 돈이다. 불법으로 취득한 금액을 내어 놓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 국장은 또한 “삼성이라는 그룹이 그렇다. 그들이 기부를 통해 기업이미지를 다져가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삼성재단이나 이건희 재단 같은 곳에서 매년 기부형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삼성이라는 그룹에게 절대 손해는 없다. 이번 8천억 사회환원도 마찬가지로 증세부분에 있어서나 세금에 있어서 확대되기 때문에 삼성의 금전적 손실은 적다는 말이다”면서 “오히려 그런 명목으로 기업의 이미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삼성으로써도 괜찮은 장사를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만들어 놓은 기업이 국민을 위해 환원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야함이 물론인데 삼성은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고 꼬집고, “솔직히 말해 우리 단체나 협회 등에 정식적이지는 않지만 반 삼성 부류들이 굉장히 많다. 이렇게 삼성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향하는 것은 모두가 삼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은 매년 많은 금액을 사회에 기부내지는 후원을 하고 있지만 그전에 삼성이라는 그룹 내 체질부터 고쳐야 한다는 게 유 국장의 지적이다.

장애인 후원은 1위, 고용은 꼴찌

유 국장은 “삼성이 장애인 올림픽이나 각종 단체에게 후원이나 기부를 하고 있지만 삼성 내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원들을 쓰는 비율이 여타의 기업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국내 최고의 기업이라는 곳에서 장애인 고용률이 최저라는 것은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표 나는 생색내기 식 만의 삼성정책에 신물이 난다”고 꼬집었다.

삼성 저격수 김상조 소장이 몸담고 있는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사회환원 발표에 대해 8천억 사회환원 문제는 삼성의 변화를 예고한 것일 뿐, 과거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과 지배구조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투명성과 책임성 확립을 위한 근원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이수정 간사는 “사재를 내놓겠다는 명목이지만 부당이득으로 취득한 삼성 이재용상무의 1천800억 여 원에 비춰볼 때 (8천억원이) 정당한 환원의 금액일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8천억원 사회환원 발표는 삼성 측이 국민에게 내놓은 미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간사는 이어 “이재용 씨가 부당이득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더라도, 부당거래나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되며, 이에 대해 엄정히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 붙였다.
이 간사는 또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 삼성에버랜드의 회계처리 기준 변경 관련 감리 요청,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관련 삼성에버랜드 경영진 및 금감위원장 고발 등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도 삼성의 8천억원 중에는 이전에 진행하던 ‘이건희 장학재단’ 사회환원 비용이 포함돼 있고 사회복지 시설을 몇 개 더 늘리는 등의 공헌 내용을 계속하는 정도기 때문에 큰 결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도 ‘8천억원 사재 환원’은 국민에게 뿌리는 노비자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 씨는 “국민들이 삼성이나 이 회장을 비판하는 것은 부자라서가 아니라 법을 우롱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사재를 터는 것으로 무마할게 아니라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노희찬 의원은 “지금도 법정에서는 삼성 때문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은데 국민들에게 사과문만을 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홈페이지 난중일기에 올린 글에서 “삼성그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할 뜻이 있다면 안기부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변칙증여 사건에 관해 고해성사하고 사법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추진한 경영권 세습을 취소해야 한다.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금융업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를 상대로 한 헌법소송을 취하할 것이 아니라 헌법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해야 한다. 노동3권을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면 즉각 무노조 경영방침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종왕 법무실장은 오늘(7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그룹 경영원칙의 제 1항이 <법과 윤리의 준수>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삼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그룹에 의한 법과 윤리의 파괴> 때문이다”면서 “법을 짓밟고 윤리를 외면한 채 <단돈 8천억>으로 국민들에게 흥정하려는 (8천억원 사회환원) 발표자체가 삼성문제의 핵심인 것이다”고 성토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성실하게 납세하고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소박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을 우롱하는 기만행위의 극치"라며 "이 회장과 삼성의 범법행위 사법처리를 계속 주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이 회장의 8천억 사회환원 발표가 환영을 받지 못하면서 삼성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삼성 측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대책은 이제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즉 진정으로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회의 비판에 대한 삼성 측의 진솔한 자기반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여론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라 삼성의 또 다른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8천억 사회환원 이후 거세지고 있는 후폭풍을 이 회장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삼성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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