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에게 묻고싶습니다?
"3천5백억 입니까?" "8천억원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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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에게 묻고싶습니다?
"3천5백억 입니까?" "8천억원 입니까?"
  • 김상영 기자
  • 승인 2006.02.1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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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비정상적인 막대한 수익 '환원’으로 ‘생색’
[매일일보= 김상영 기자] <4천500억 이미‘이건희 장학재단’에 몇 년 전 내놓은 것> <세금 환수.에버랜드 CB 편법 배정 수익‘환원’둔갑>

막스 라베(Max Raabe)의 ‘앗, 나 또 일 저질렀네(oops... I did it again)'를 들으며 아직 아기인 딸과 춤을 춘다. ‘앗, 나 또 일 저질렀네’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자가수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곡이다. 그녀는 1999년에 데뷔앨범을 미국에서만 1천200만장이나 팔아치우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앗, 나 또 일 저질렀네’는 두번째 앨범에서 가장 먼저 히트한 노래다. 이효리의 역할모델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 흥겹고 섹시한 댄스음악을 막스 라베는 아주 희한한 복고풍 노래로 바꾸어 놓았다.

막스 라베는 독일의 남자 가수다. 그의 인기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대단히 독창적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젊은 백인 여성의 섹시미로 유명하다면, 막스 라베는 사람들을 무지하게 웃겨서 유명해 졌다.

그는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그의 노래는 너무나 재미있다. 락음악과 댄스곡을 1930년대 카바레풍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브리트니의 노래는 특히 조금 더 재미있게 편곡했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듣는 순간, ‘풋’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그 ‘어긋남의 미학’은 정말 우리를 즐겁게 한다.

잠시 삼성재벌의 이건희가 막스 라베를 듣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에게도 ‘어긋남의 미학’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닐까? 어긋남은 차이이며, 차이는 창조의 원천이다. 그러니 어긋남이 없다면 창조도 없다. 따라서 ‘어긋남의 미학’은 우리를 즐겁게 할뿐만 아니라 풍요롭게 한다. 이건희는 이런 ‘어긋남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삼성재벌은 ‘어긋남의 미학’을 익혀서 거듭날 수 있을까?

이건희는 2005년 9월 4일에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갔다. 그리고 2006년 2월 4일에 다시 일본을 거쳐 귀국했다. 만 5개월 동안 미국에 있었던 것이다. 상당히 긴 시간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미국에 머문 이유를 삼성재벌은 ‘신병치료’라고 설명했다. 암 치료를 위해 미국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설명은 별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2005년 가을 정기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그는 출국이 아니라 ‘도피’를 했던 것이다.

막대한 상속세를 포탈

삼성재벌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총수가 황급히 미국으로 도피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삼성재벌의 문제 때문이다.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특히 두 가지 문제가 중요하다.

첫째, 삼성재벌은 불법증여로 경영권을 상속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포탈해서 국민에게 커다란 해를 입혔다. 둘째, ‘삼성 X화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삼성재벌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고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서 아예 이 나라를 ‘삼성공화국’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특히 중요한 까닭은 이 나라의 경제와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재벌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야말로 삼성재벌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며, 그렇게 해서 이 나라의 경제와 정치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삼성재벌이 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고자 한다면, 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애써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초국적자본’ 삼성재벌의 실체를 똑바로 볼 수 있어야겠지만.
2005년은 삼성재벌에게 특별한 해였다. 첫째, 삼성재벌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단단히 다졌다. 둘째,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났듯이 삼성재벌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사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당연한 ‘역사의 경로’라고 할 수 있다. 거짓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잘못은 바로잡히게 마련이다. 제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거짓과 잘못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거짓과 잘못으로 쌓은 부가 동티를 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 망할 조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건희가 미국에 있는 동안 삼성재벌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큰 힘을 잃고 말았다. 2005년 12월 14일 검찰은 140여일에 걸친 ‘삼성 X화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인 이건희와 홍석현은 ‘무혐의’로 처리되었고, 문제를 밝힌 이상호 기자는 어이없게도 기소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 이 황당한 수사결과가 아마도 이건희에게는 귀국해도 좋다는 검찰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재벌의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깊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건희는 귀국하고 사흘 뒤인 2월 7일에 ‘사재’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큰 문제가 있다. 삼성재벌과 이건희는 여전히 국민을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먼저 8천억원을 모두 새로 내놓는 것은 아니다. 새로 내놓겠다는 돈은 3천500억원이다. 4천500억원은 이미 ‘이건희 장학재단’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 전에 내놓은 것이다. 이런 것을 8천억원이라고 포장해서 삼성재벌은 국민을 또 다시 우롱했다.

3천500억원은 자살한 막내딸의 유산 2천200억원, 이재용의 재산 800억원, 두 딸의 재산 500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막내딸의 유산은 불법증여를 하지 않는 한 절반 이상 세금으로 환수될 것이었다. 또한 세 남매가 내놓는 돈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을 통해 얻은 수익이다. 잘못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는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자 ‘환원’이라는 형식으로 큰 ‘생색’을 내는 셈이다.

삼성자동차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 5조원 투입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 X화일’이 잘 보여주듯이 삼성재벌은 막대한 돈으로 나라를 아예 사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제 또 다시 막대한 돈으로 여론을 사려고 한다는 비난을 사게 되었다. 왜 그런가? 삼성재벌의 문제에서 핵심은 불법증여와 정경유착이기 때문이다.

삼성재벌의 문제를 근원에서 바로잡지 않는 한, 8천억원은 그저 ‘투자’에 불과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자동차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국민의 혈세가 무려 5조원이다. 불법증여와 정경유착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언제까지고 ‘삼성공화국’의 형국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삼성재벌의 문제를 실제로 추진하는 주체인 구조조정본부는 ‘축소’가 아니라 ‘해체’의 대상이다.

삼성재벌이 정말 국민에게 사과하고 거듭나고자 한다면, 2월 7일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그렇게 일그러진 모습이 아니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구조조정본부의 해체를 선언했어야 했다.

삼성재벌의 8000억원 환원 발표에 대해 다른 재벌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삼성재벌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자기들에게도 비슷한 환원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탈을 쓴 재벌의 앞잡이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선동에 넘어간 국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삼성재벌의 태도에 환멸과 혐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절한 건희씨’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삼성재벌이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 ‘투명한 건희씨’가 될 것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밑밥을 뿌려야 한다. 호수에서도, 강에서도, 갯바위에서도, 깊은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8000억원의 진실은 ‘밑밥’이 아닐까? 그러나 국민은 생선이 아니다. 이건희는 오래 전에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론’을 주창했다. 그런데 정작 삼성재벌의 문제만은 전혀 바꾸지 않았다. 불법증여와 정경유착의 수렁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런 ‘어긋남의 미학’을 보여주지 않는 한, 삼성재벌은 언제나 불신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다.
<출처: 인터넷참여연대 / www.peoplepower21.org /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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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06-02-17 17:03:34
삼성 정말 뉘우치는 기색 찾아볼 수 없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네요.
과대포장된 8천억을 사회에환원한다고요.
그리고 삼지모인가 뭔가 만든다고하던데....
어느 누가 봐도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죠.
정말 이건희 일가외 삼성이 환골탈퇴할려면
지배구조는 물론 삼성일가가 경영권을 내놓고 물러나는 것일겁니다.
그동안 이 회장 일가가 저지른 각종 불법과 부도덕한 일들에 비춰볼때
이건희과 이재용은 반드시 물러나야 합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죠.
이 회장님 당신이 정말 한국최고의 경영인으로 후대에 길이길이 남고 싶다면
나라에 모든 것을 내놓고 빈손으로 졸아가세요.
사리사욕으로 가득찬 가진자들은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