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이 먼저’라던 文,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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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이 먼저’라던 文, 사람이 없다
  • 이창원 기자
  • 승인 2015.06.25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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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이창원 기자.

[매일일보 이창원 기자]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계파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오르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매일 연출하고 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12년을 넘어가고 있는 당내 계파갈등은 친(親)노의 ‘친노는 없다’는 주장과 비(非)노의 ‘친노 패권주의’ 주장이 맞서며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표가 ‘친노 좌장’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비노 진영에서는 ‘소외감’과 ‘위기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당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등 당명을 계속해서 바꿔왔는데, 이런 상황의 이유에는 스캔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계파갈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이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대중, 노무현 등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빅보스(big boss)’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보스 중심의 정당’이 특징적이다.

‘3金 시대’를 열었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은 각 당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당내 잡음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새누리당의 경우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김영삼, 이명박 등 전 대통령들이 있어 조율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2009년 큰 어른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고, 같은 해 노무현 대통령도 세상을 떠나며 중심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오래도록 보스정치에 익숙했던 우리나라 정당 정치에서 보스의 부재는 당의 존폐를 흔들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갈등은 친노, 비노라는 단어에서 보여 지듯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재는 당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더군다나 문 대표의 경우 ‘노무현의 남자’로 부상해 대선까지 치루기는 했지만, 초선 의원 당 대표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계파갈등의 핵심은 사실상 공천권에 있는데,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면 당장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정치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에 기인한다.

정치인들은 ‘내려놓겠다’ ‘대승적인 결정’ 등 각종 명분을 들이대지만, 이러한 명분을 믿는 국민들은 없다.

또한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현 상황에서 분열하게 된다면 내년 총선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지도부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이에 문 대표는 지난 5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당내 개혁을 이뤄내자고 결정했지만 안철수 의원 등 인사들에게 혁신위원장 자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그동안 많이 거론되던 김상곤 위원장에게 맡기게 됐다.

혁신위원회를 김 위원장이 맡게 되자 일각에서는 ‘혁신’이란 단어에 맞지 않게 ‘진부한 인사’라는 혹평도 존재했으며, 특히 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되자 비노 진영에서는 “친노 및 범친노 인사들의 포진”이라면서 반발했지만 문 대표에게는 이들을 진정시킬 ‘무언가’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23일 최재성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자 또 다시 당내 갈등이 촉발됐고,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는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불만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 대표는 심각한 얼굴 표정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고, 이를 나서서 해결해줄 ‘해결사’ 또는 ‘매개자’가 없었다.

2012년 대선 당시 ‘사람이 먼저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문 대표에게 독자적인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방어해 줄’, ‘도와줄’ 사람도 여전히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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