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르스에 혼쭐난 정부, 건설업계 보고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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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르스에 혼쭐난 정부, 건설업계 보고 배워라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6.2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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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메르스 사태에도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평온했다.

일부 현장에선 견본주택 개관 및 청약 일정을 일주일 가량 연기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원지, 극장 등이 여름철 성수기를 맞고도 메르스 여파로 텅텅 빈 것과 달리 지난 19일 개관한 ‘해운대 자이 2차’ 견본주택엔 주말 3일간 내방객 3만여명이 몰렸다.

일반적으로 견본주택 개관 주말 3일간 내방객이 2만명 이상이면 ‘흥행’으로 분류하던 것이 업계의 통설이었던 점을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수치는 놀랍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분양 현장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이 살아가는데 가장 크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내 집 마련’인데 인생을 건 이런 중차대한 일을 메르스 때문에 잠시 미루거나 흔들린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라고 반문했다.

수요자들뿐 만이 아니라 공급자들도 메르스 사태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는 7월 전국의 분양 예정 물량은 4만861가구로 2만3414가구가 공급된 지난해 7월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건설업체들은 한 번 불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메르스 변수로 잠시 숨 돌릴 여유가 없다.

장사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메르스를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지난 19일 부천 옥길 지구에서 나란히 견본주택을 개관한 GS건설의 ‘부천 옥길 자이’와 호반건설의 ‘부천 옥길 베르디움’ 견본주택 현장은 출입구에 열감지기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분양뿐만 아니라 메르스 대비에 있어서도 양사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열감지기 1대의 설치비가 대략 2000만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분양기간 잠시 운영된 후 곧 철거하는 ‘임시’ 시설인 견본주택에 이 같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현재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은 본사 사옥 로비 1층 출입구에 열감지기를 설치해 메르스의 원천 차단에 나서고 있다. 한화건설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각 층에 열감지기를 설치했다.

SK건설은 모든 외부 방문객들을 상대로 체온을 측정해 메르스를 예방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중동 출장자들로 하여금 귀국 후 2주간 자택 근무를 아예 의무화 할 정도다.

덕분에 메르스의 원산지인 중동 출장이 많은 업계 특성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체에선 아직까지 단 한명의 메르스 환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이 메르스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건설업계 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크게 잃었다. 메르스 원산지인 중동출장이 잦은 건설업체에서 왜 단 한 명의 메르스 환자가 나오지 않았는지, 부동산 시장이 메르스 여파에도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는지 당국자들이 보고 배우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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