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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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두 얼굴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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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자 65명 4년간 기약 없는 투쟁

▲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좀처럼 외부에 드러나는 일이 없기로 유명한 태광그룹(이하 태광)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새해 초부터 쌍용화재를 비롯 예가람저축은행의 인수를 추진 중이고, 피데스증권중개를 인수해 증권업에도 나서고 있다.

은행을 제외하고는 금융업 전반에 진출한 것이다.

금융 뿐 아니라 방송사업에도 진출해 지난 2003년 케이블TV방송국 업계 2위였던 한빛아이엔비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M&A를 통해 전국 119개 SO 중 27개의 SO를 보유 26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사업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계열사인 티 브로드를 통해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매입, 홈쇼핑 사업으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이호진(44) 태광그룹 회장이 있다.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활발한 경영에 나선 탓인지 아직까지 외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태광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정리해고당한 사람들의 평가는 이와는 다르다.

태광, 금융·방송사업에 끊임없는 야심 드러내

이들은 "허울 좋아 보이는 이 회장의 확장 경영 이면에는 ‘경영상의 어려움’ 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무수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한숨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회사의 무자비한 정리해고로 가정까지 파괴된 노동자들에게 이 회장은 “피도 눈물도 없는 노동탄압의 대갚일 뿐이라는 것이다.

“언론에 자꾸 드러내봐야 뭐 좋을 게 있나요? 이 회장은 본래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좀처럼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이호진 회장에 대한 태광 홍보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그동안 재계에서 태광은 ‘은둔의 오너 일갗 ‘보수적 기업’ 등으로 유명했다.

그룹의 주력이었던 화섬 사업의 특성상 특별한 대외 홍보가 필요치 않은 영향 때문인지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 시절부터 태광은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겉으로 태광은 조용하고 별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내부에는 지난 2001년 이 회장이 본격적인 그룹 변신을 시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심각한 노사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해고자 65명, 4년간 투쟁

현재 대법원 정문 앞에서는 장민식씨와 신동주씨 두 명의 전직 태광 직원이 영하의 날씨 속에서 기약 없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울산에 있는 태광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 된 생산직 근로자였다.

당시 태광은 경영상 어려움의 이유로 127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다.

또 태광은 정리 해고 단행 후 파업기간 중의 영업 손실 등의 책임을 물어 해고자 38명에게 26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방법원은 1억9천만원, 부산고등법원은 2억2천4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법과 고법은 해고자들이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에서도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각했다.

이 소송은 결국 대법원으로 넘어가 장씨와 민씨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판결이 나기 전까지 자신들의 뜻을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시작한 대법원 앞 1인 시위가 벌써 5개월 째 접어든다.

정리해고 무효투쟁에 나선지는 무려 4년. 그 시간 동안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매일일보>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씨는 정리해고 당시 회사 측의 부당함을 강하게 비난했다.

장씨는 “회사는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2001년 10월 127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했는데, 대부분 전 현직 노조 간부였다. 이후 회사는 3년간 내리 흑자를 지속했다” 면서 “더욱이 대주주들에게는 99년부터 2004년까지 35%의 주식현금배당을 해왔다” 고 주장했다.

또 “동종사 최고 수준의 인건비로 인해 경영위기가 왔다며 정리해고를 단행했는데, 다음해에 회사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인 9%보다 높은 15%의 임금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겉으로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했지만, 진짜 의도는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장씨는 주장했다.

사실 태광은 지난 2000년 11월 태광산업, 대한화섬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을 당시 노조와 ‘고용보장합의서’를 체결해 분쟁을 일단락 시킨 바 있다.

합의서에는 첫째) 회사는 현재 재직 중인 조합원을 인위적으로 감원 않는다.

둘째) 회사는 권고사직 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은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태광은 이 합의서의 내용을 가볍게(?) 위반했다.

이뿐이 아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태광의 무자비한 인력감축은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게 해고자들의 주장이다.

지난 해 초에는 자회사인 흥국생명의 구조조정이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논란을 빚었다.

당시에도 회사는 ‘미래 경영상의 악화’를 이유로 직원을 대규모로 감원했는데, 과연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없음에도 미래 경영상 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가에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흥국생명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위기와 실업의 문제로 전 사회가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정리해고가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심각한 사태가 흥국생명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자본금 122억에 자산 4조 6천억 원이 넘는 회사가 매년 수백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을 공문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이어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이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을 때로만 제한돼 있음에도 흥국생명은 이번에 ‘미래경영상의 악화’라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노조의 전ㆍ현직 간부까지 포함해 24명을 정리해고 시키려 한다며 부당 정리해고와 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쌍용화재 노조, ‘금감위 태광 특혜의혹’ 주장

한편 업계는 최근 마무리단계에 와 있는 태광의 쌍용화재 인수를 놓고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태광의 쌍용화재 지배주주 신청안건을 승인했다.

태광은 기존 쌍용화재 대주주인 세청화학 등이 보유한 210만주와 이번 유상증자 취득 분 900만주를 더해 쌍용화재 지분 56.25%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에 대한 지배주주 신청이 감독당국에 접수될 경우 심사 기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것과 달리 태광의 쌍용화재 인수는 불과 열흘 만에 처리됐다.

또 금감원은 당초 쌍용화재 인수협상에 나섰던 STX나 신성이엔지에게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를 허가하지 않았는데 태광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것은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이에 쌍용화재 노조는 태광의 쌍용화재 인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부당함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도 금융당국이 정책에 대한 일관성 없이 태광에 특혜를 줘 지배주주 승인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태광이 과연 보험회자 인수 자격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10조 4항과 보험업법감독규정 제2-6조에 의하면 보험업 허가를 위해서는 최근 3년간 금감위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또 기관경고를 받은 후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인 주주 전체가 변경된 경우에만 인수가 허용된다.

최근 한 언론은 이에 근거해 태광산업의 계열사이며 주요주주인 흥국생명은 지난 2004년 9월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음을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태광산업의 주요 주주는 이 회장(15.14%), 이원준씨(11.08%), 흥국생명(9.99%) 등이다.

또 흥국생명의 주요 주주는 이 회장이 56.71%로 1대 주주인 가운데 이원준씨가 24.71%, 대한화섬이 9.99%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대주주가 동일인이며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주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실제 쌍용화재 인수 과정을 보더라도 그룹 금융의 중심 축인 흥국생명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쌍용화재 노조는 “실질적인 인수주체가 흥국생명에 있는 셈” 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태광은 쌍용화재 노조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인수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는 3월 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태광에 경영권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

그러나 쌍용화재 노조 역시 이사회 무효소송 등 필요시 법적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수를 막겠다는 강경 입장이어서 문제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능력 있는 오너 VS 노동탄압 전문가 ?

현재 M&A 시장에서 태광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방송과 금융으로의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그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호진 회장이다.

지난 95년 흥국생명 상무를 거쳐 97년 35세의 나이로 태광산업 및 대한화섬 사장에 올라 화제가 됐던 이 회장은 2004년 외삼촌인 이기화 전 회장의 사퇴와 맏형 이식진 전 부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40대 초반에 그룹 회장직을 승계했다.

취임 이후 이 회장은 사양산업인 화섬업종보다 방송과 금융을 그룹의 성장 축으로 삼고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던 기업에서 벗어나 확장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외부 평가가 꽤 좋은 상태” 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태광에서 몸담았던 직원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이들이 말하는 이 회장은 “좋은 부모를 둔 덕에 어린 나이에 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노동탄압의 전문갚 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태광의 화려한 변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초반부터 흥국생명을 통해 금융업을 해온 태광은 최근 쌍용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 피데스증권 등의 인수를 잇 따라 추진하고 있다.

쌍용화재 인수를 통해 태광은 “올해 시행 예정인 ‘생보·손보 상품 교차 판매를 위한 시너지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생보·손보 상품 교차 판매란 생보사에서는 생명보험만, 손보사에서는 손해보험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생보 건 손보건 상관없이 생보·손보 양쪽 상품 모두를 팔 수 있게 되는 것.

태광은 또 현재 주식 거래 업무만 하는 중소형 증권사인 피데스 증권을 인수해 향후 자본금을 종합증권사 적격 기준인 500억원까지 확충하고 종합증권사로 변신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된다면 유가증권과 회사채 등의 인수 주선업무, 자기자본금으로 하는 주식 거래까지 모두 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태광은 은행을 제외하고 생보, 손보, 증권, 투신운용, 저축은행까지 아 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외형을 갖추게 된 셈이다.

태광의 또 방송사업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재벌2세들의 방송사업 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태광 역시 예외는 아니다.

태광은 2003년에는 한빛아이앤비 등 방송 관련회사들을 전격 인수하면서 국내 대표적 케이블TV 종합 유선방송사업자로 부상했다.

이후 꾸준한 M&A를 통해 전국 119개 SO 중 27개의 SO를 보유, 26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업계 거대 사업자로 성장했다.

방송법의 규제에 따라 일단 케이블 TV에서는 더 이상 사업 확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덩치를 키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에는 계열사인 티 브로드를 통해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매입, 홈쇼핑 사업에도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태광은 일단 경영권에는 관심 없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태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태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할 경우 기존 SO와 더불어 방대한 TV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GS홈쇼핑과 CJ홈쇼핑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1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태광이 앞으로 또 어떤 업체의 M&A를 통해 금융과 방송으로의 확장을 계속해 나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yuo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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