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 메르스 그리고 경제
상태바
[기자수첩] 세월호, 메르스 그리고 경제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6.15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배나은 경제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효과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사태가 3개월째인 8월 말까지 갈 경우 국내총생산(GOP) 손실액이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태 당시에도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기에 비해 0.8%포인트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을 분석해 세월호 사태로 인한 민간소비 감소가 1조80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달린 일을 놓고 국가 전체의 경제적 손실을 운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비정한 일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경제 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먹고 사는 일 역시 크게 보면 모두의 생명과 연관된 일인 만큼 분석 그 자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통계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세월호 사태나 최근의 메르스 사태는 이를 예방하고 해결했어야 할 주체인 정부의 지독한 무능이 불러일으킨 일종의 인재(人災)다. 실질적 사망자나 소비 위축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나 큰 틀에서 보면 모두 피해자인 셈이다.

때문에 언론과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경제적 손실 계산표를 내밀며 정신 차리라고 말해야 할 대상은 일반 국민이 아닌 박근혜 정부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지닌 (어리석은) 국민들 때문에’ 이런 경제적 손실이 일어났다는 식이다.

세월호 사태는 여전히 그 진상을 밝힌다는 측면에서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고, 메르스 확진자와 이로 인한 사망자는 자고 일어나면 부쩍 늘어 있는 상황인데도 그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슬픔과 두려움을 잊고 나가서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관광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고 “메르스 대응의 현장에 있는 우리와 국민부터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첫걸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지난 5일 부산시 영도구 한진중공업에서 열린 ‘한마음 비빔밥 행사’ 현장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과잉 대응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초동 대응을 잘못한 것은 사실이며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공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발언했다.

물론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그건 말 그대로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최 경제부총리나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힘을 얻으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를 비롯해 정부가 해당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어지는 독려는 공허할 뿐이다.

3차 감염자는 없을 것이라는 발표가 무섭게 3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4차 감염자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4차 감염자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누가 나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를 할 수 있을까.

메르스 사태가 3개월간 이어질 경우 발생할 국내총생산(GOP) 손실액 20조922억원.

이 분석 수치는 협박조로 국민들에게 소비 진작을 강요하는데 사용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못해 국가에 손실을 끼친 이 무능한 정부를 겨누는 칼 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