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올해 키워드도 ‘스스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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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올해 키워드도 ‘스스로 살아남기’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5.06.10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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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창성 기자]대한민국 벤처 성공 신화의 선봉장으로 불리며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을 이끌었던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9월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박 전 부회장은 4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던 회사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 한다며 사임 이유를 밝혔다.

대표이사 바통을 이어 받은 이준우 사장은 박 전 부회장 사임 이후 2주 만에 열린 신제품 베가 시크릿노트 발표 현장에서 “더 이상의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50년을 영속할 수 있는 근원적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하며 팬택 구성원들에 힘을 보탰지만 국내 시장에서 팬택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부진했던 삼성전자는 여전히 건재하고 뒤늦게 빛을 본 LG전자 역시 그들만의 지위를 확보하며 세계 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지만, 창업 후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일조하며 성장해온 팬택의 기업회생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최근 2년 여간 팬택이 위기에 봉착해 있는 동안 국내 언론들은 팬택 회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연구 인력과 스마트폰 제조기술의 국외 유출 우려를 비롯,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두 거물을 견제할 경쟁자가 없으면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 된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또 팬택과 연계된 2000여 곳에 이르는 1·2차 중소 협력사의 생존 문제도 팬택의 운명에 달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팬택의 생존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상 그 이상임을 주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팬택의 회생 기회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며칠 전에는 기자실의 인터넷 공급도 중단되며 기자들의 발길도 끊겼다. 이미 정리 수순에 들어간 팬택은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이지만 팬택의 위기를 대했던 정부의 미온적 대처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도, 2세 대물림도, 직원이 연루된 비리도 팬택에겐 없었지만 누구도 팬택의 위기를 보듬어 주지 않았다.

결국 좀 더 잘하지 못했던 팬택의 책임이 크지만 대기업엔 관대하고 중소기업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의 행보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배가 가라앉아도, 전염병이 창궐해도 매번 뒤에 숨어 ‘먼 나라 이웃나라’ 대하듯 하는 정부를 보며 결국 본인 스스로 생존하는 것이 이 시대 최고의 키워드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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