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건설 로비 불법 점거 플랜트 노조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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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우건설 로비 불법 점거 플랜트 노조의 속사정
  • 임진영 기자
  • 승인 2015.05.31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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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팀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지난 26일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는 플랜트 노조의 시위로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다.

이날 플랜트 노조원 500여명은 대우건설이 플랜트 현장직 노조원들의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며 대우건설을 규탄하고 플랜트 현장 일자리 확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전 11시경 대우건설 본사 입구 앞에서 시작된 시위는 오후 3시경 200여명 가량의 일부 노조원들이 경찰의 폴리스 라인을 물리적으로 뚫고 대우건설 본사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대우건설 본사 내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들과 노조원들 사이에 욕설과 물리적인 몸싸움이 일어났다.

그러나 결국 플랜트 노조원들은 본사 내부로 진입을 막는 경찰의 저지선을 완력으로 뚫고 사옥 내부 진입에 성공했고, 노조원들은 1층 로비를 불법 점거한 채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실 현장직 노조원들이 건설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수시로 일어나는 일로 이번 사태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대우건설만이 아니라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본사 사옥 앞은 늘 노조원들의 시위로 시끄러운 날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날 기자는 노조원들이 점거농성을 벌인 1층 로비 바로 위에 자리한 2층의 대우건설 기자실에 있었고, 많은 기자들이 그날 대우건설 기자실에서 하루 종일 시끄러운 노조원들의 시위 소리를 들었지만 이 사태를 취재하는 대우건설 출입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이날 대우건설 사옥 정문을 뚫고 들어온 노조원들은 1층 로비에서 더 이상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지 않고 로비만을 점거한 채 노조활동 방해 규탄 및 일자리 확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우건설 로비에서 2시간 여의 시위를 마치고 오후 5시경 자진 해산했고, 노조원들이 빠져나간 1층 로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조용해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플랜트 공사에 비해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국내 주택 시장에 집중해 플랜트 일감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플랜트 현장직 고용 문제는 공사 현장의 하도급 업체나 협력 업체의 소관인데 왜 현장 인력 채용과 관련이 없는 대우건설에 일자리를 요구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가 먼저 나서 하청이나 협력업체에 현장직 인력의 관리를 일임하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현장의 일자리 확충에 나선다면 이는 큰 사회적 귀감을 살 것이다.

싼 인건비에 이끌려 외국인을 현장 인력으로 우선 고용하기보다 대형 건설사들이 먼저 나서 숙련된 국내 현장 인력들을 포용해 일자리를 확충한다면 사상 최악이라는 현재의 실업난 해소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이날 플랜트 노조는 하루 종일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박영식 사장은 점심께 사옥 뒷문으로 검은 세단을 타고 조용히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모습만이 기자에게 포착됐을 뿐, 결국 노사 간엔 아무런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건설업계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국가 기반 산업이다. 그러나 과열 양상을 띄고 있는 국내 주택 시장 열기와는 달리 정작 건설업계 내 일자리 시장은 아직도 찬바람이 부는 한 겨울에 머물러 있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이다. 건설현장 인력 시장에도 이 계절에 맞는 따뜻한 훈풍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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