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항공, ‘소박한 자신감’으로 승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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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항공, ‘소박한 자신감’으로 승부해라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5.05.26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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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소박한 자신감(humble confidence)의 마인드를 가지세요.”

세계적으로 성공한 CEO로 불리는 AG 래플리 P&G 회장이 건냈던 자신감의 위험에 대한 조언이다.

성공을 위한 필수덕목 중 하나로 자신감을 꼽곤 한다.

‘자신감 있어보인다’는 말은 대개 긍정적인 작용을 이끈다.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요즈음 세태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자기최면까지 거는 마당인데, 이 감정을 굳이 왜 추스르라는 걸까.

래플리의 말인즉슨 자신감이 과하면 스스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모른다는 걸 의미한다. 모르는 것조차 안다는 환상에 빠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높은 자신감이 곧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반면 ‘소박한 자신감’의 마인드를 갖춘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안다. 래플리가 “자신감이 소박한 사람이 효과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이유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도 이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LCC업계 선두주자로서 매섭게 입지를 다지고 제주항공. 한편으로는 외유내강형 기업의 면모도 고민해봐야 할 때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화려한 비상을 거듭하고 있다.

LCC 최초 항공기 20대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하며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연말까지 총 22대의 항공기 운용 계획까지 확정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는 단연 돋보인다.

올 하반기 코스피시장 상장도 앞둔 제주항공은 명실상부한 국적항공사 ‘빅3’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힘줘 말한다. 다른 경쟁사도 이에 대한 흠집내기란 마땅히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안전운영에 대한 자신감은 비대해진 몸집과는 걸맞지 않는다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17일 비행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면서 840여명의 승객이 출발·도착이 지연되는 불편을 겪었다. 한 번 발생한 지연 사고가 도미노처럼 다른 국제선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상대적으로 항공기 보유 대수가 적은 데서 비롯됐던 문제.

이에 반해 대형항공사는 비정상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예비 항공기 배치 등 정시성 유지를 위한 안전협의체를 통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제주항공 소속 조종사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어말하기 성적을 갱신하지 않고 1년 넘게 무자격으로 운항해 중국 항공당국에 적발됐다는 소식도 전해져 안전논란을 빚었다.

앞서 제주항공은 자사 여행사 전용 우대사이트의 로그인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아 개인정보관리 유출 위험의 우려도 낳는 등 최근 안전체계의 미숙한 점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이 항공사 빅3의 타이틀을 얻길 원한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의 완벽주의적 자기 비판 단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항공이 아직 자기만족에 취하기는 시기상조다. 분명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제는 항공사의 운영 철학인 안전에 초점을 맞춰 소박한 자신감으로 ‘소리없는 강함’을 드러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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