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시대의 청년실업…청년도 외국인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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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부족 시대의 청년실업…청년도 외국인도 무죄
  • 김경탁·이창원 기자
  • 승인 2015.05.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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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절벽 대해부-인구절벽⑥] 다문화 국가 한국의 이민정책

[매일일보 김경탁·이창원 기자] ‘다문화 사회 대한민국’은 오래된 현실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14년 8월에 17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체 인구의 3.1%를 기록했다. 이중 18만여명은 불법 체류자이다. 앞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0년 5%, 2030년에는 6%(300만명 내외)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법무부는 매년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로 기념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가 100만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2%를 넘어선 2007년에 처음 제정되어서 올해로 8회째이다. 제정된 그해 국제연합(UN)이 대한민국을 ‘수민국가’(이민 유입이 송출보다 큰 나라)로 분류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이민 유입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력이 점점 더 부족해지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더욱 이민을 장려해야한다는 주장이 있고, 반대편에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유입이 노동시장을 교란해 서민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반박도 있다.

정부·재계, ‘인력부족’ 명분으로 이민 유입 확대 필요 주장
반대편, 저임금 노동시장 고착화로 서민의 삶 더 악화 우려

▲ [“우리는 세계인”] 제8회 세계인의 날인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시민회관에서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열려 세계 각국 전통복장을 한 미녀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이민정책연구원 같은 국책 연구기관이나 삼성경제연구원 등의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이민 유입 확대 주장에는 우리나라가 2016년에 ‘인구절벽’이 시작되어서 2018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60년이 되면 생산 가능 연령대로 꼽히는 15~64세 인구 비율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근거로 제시된다.

사실 한국의 이민 정책은 그 처음부터 ‘노동력 공급’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시작됐고, 여기에 ‘다문화 사회’와 ‘포용성’이라는 관점이 부수적으로나마 추가된 것은 농어촌 거주 노총각들 사이에 국제결혼이 확산된 이후이다.

이민 확대론 측은 현재 우리나라의 이민·외국인 정책이 이주노동자 등 단기이주자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서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적극적 이민 정책’은 표면적으로 숙련 기능 인력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주권 발급을 통해 숙련 단절 해소, 우수인력 유치, 향후 통합비용 절감 등 부수적 효과를 창출하며 한국사회에 기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반면 이민 확대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저러한 취지가 사실은 표피에 불과하고 본질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이고 더 심화되고 있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을 유지하려는 음모를 가리기 위한 겉치장에 불과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70~80년대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농촌 해체’에 따라 대거 도시로 유입된 젊은이들이 저임금 하층 노동자가 되면서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교육 및 생활수준의 상승으로 더 이상 저임금 노동시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그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꼬여버린 실타래, 그 끝을 따라가보면

국내에 ‘외국인 노동자’라는 개념이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80년대 말이다.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주변 개도국들과 사증 면제협정을 체결해 무사증 입국을 허용하고 입국심사가 간편화되었다는 점과 함께 경제 및 교육수준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배경이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거 유입 뒤에 자리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 체류’가 아닌 제도권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시기는 1993년 11월 산업연수생을 2만명 도입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따라 1994년 5월 제1차 연수생으로 21개 제조업에 입국하기 시작한 이후이다.

시리즈 1회에서 언급했던 문장을 다시 가져와 인용하자면, “대한민국은 1983년에 2.06명으로 인구대체 출산율을, 이듬해인 1984년에 1.74명으로 최소 출산율을 스치듯 지나쳐 버렸”는데, 정확히 그 10년 후에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정부 정책으로 채택된 것이다.  

재계와 정부가 이민유입정책 확대를 도모하는 배경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중소기업 인력부족’은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같은 시기 같은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 두 개의 문제가 마치 눈높이가 너무 높은 청년층 개개인에게 있다는 식으로 책임전가를 시도해서도 안 된다. 

모순되어 보이는 두 문제가 공존하게 된 이유는 명백히 지금까지 대민국을 이끌어온 정치권에, 다시 말해 '국가'에게 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정권의 고교평준화, 전두환·노태우정권의 과외금지 정책은 서민들에게 ‘신분상승 기회’라는 꿈을 키워줬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여러 이유로 신분상승 경쟁에서 이탈한 블루칼라 노동계급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기에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대학 설립 자유화를 통해 아무나 대학교에 갈 수 있는 시대를 열어 제쳤다. 이렇게 대학 졸업장이 이제는 더 이상 그 자체로 ‘고급인력’이라는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서 한국의 인력수급 시장은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상태이다.

청년실업 문제의 잘못이 청년층 개개인에게 있지 않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꼬여있는 인력수급 시장에 유입돼 빈자리를 매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저임금 불안정 노동환경의 피해자이지 가해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한다.

▲ [지구촌학교 다문화합창단 어린이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인의 날 기념 ‘이주아동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기획 행사에서 지구촌학교 다문화합창단 어린이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착취 아닌 공존의 대상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이민자 비중은 68.1%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전체 이민자의 10명 중 6.8명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이는 2등인 이탈리아의 40%, 일본 33%, 호주 22%, 미국 6% 등에 비교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에 있어 취업 이민자를 대하는 시선은 한국 남성의 아내가 되기 위해 입국한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그것과 사뭇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기술직‧단순기능직‧생산숙련직 등 이주민의 체류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만 ‘빠른 적응’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UN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는 한국사회에 외국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차별금지‧단일민족국가의 인종적 우월성 극복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이민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민족적 동질성과 우수성 및 공동체 의식을 강조해왔고 다른 문화간 소통 경험이 많지 않아 문화공존을 확대하는 것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됐었다.

‘이주자가 본 한국의 정책과 제도’ 조사결과 실제로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일하면서 겪는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직장에서의 차별대우(35.2%), 욕설이나 모욕(33.6%) 등 차별을 경험한 ‘이주민을 차별하는 사회’로 한국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재한외국인 사회통합지표 및 지수측정’을 보면 전문기술직 및 재외동포는 한국사회 편입 장벽으로 다른 종교 10.9%, 말투‧액센트 31.4%, 다른 언어 38.2%, 다른 피부색 21.8%, 다른 인종 24.5%, 다른 문화 35.2%, 다른 민족 29.7% 등의 한국 사회 진입장벽을 꼽았다.

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현실로 다가온 ‘다문화 사회’로서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려면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매워주는 존재로서 이주민들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표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다문화에 대한 인정만으로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지 못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문화성을 고려한 다양한 공공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주민의 지역의료보험 현실화‧건강권 보호‧이주민 언어로 진행되는 산업안정교육 의무화‧이주아동 교육권 등에 대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구성원 일부를 하류로 취급하고 착취를 당연시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누르고 결혼·출산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사회의 가장 약한 계층에 대한 보호는 사회 전체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낳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존중은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익 보호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승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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